[서진교 칼럼] 농식품도 수출산업화…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

2024-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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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은 64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8.7% 증가했다고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반도체나 자동차 등 핵심 공산품의 수출에만 관심이 컸지 농식품 수출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우리 농식품 수출은 공산품 수출의 1.7배 넘는 성장을 이룩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공산품과 농식품의 수출 실적을 비교해 보면 공산품 수출은 2518억 달러에서 6232억 달러로 약 2.5배 증가한 반면 농식품 수출은 21억 달러에서 90억 달러로 약 4.3배 증가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수출 증가율도 공산품이 4.9%인 데 비해 농식품은 8.0%로 공산품보다 약 3.1%포인트 높다. 물론 수출의 절대 규모가 작아서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산품 수출도 초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그러던 것이 대외 우호적 환경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 및 독려, 수출기업 자체의 노력이 어우러져 비약적 증가를 이룩하게 되었다. 이는 얼마든지 우리 농식품 수출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외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 K-팝부터 K-컬처 등 한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이제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반응과 호기심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한국 음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 앞으로도 K-푸드에 대한 관심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다. 이미 매년 8%라는 눈부신 성장을 보여 주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수출기업 자체의 노력일 것이다.
 
우선 우리 자신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농업’ 하면 으레 국제 경쟁력이 없어 수출은 어림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농식품 수출은 90억 달러를 넘는다. 인삼류와 김치는 모두 1억 달러 넘는 대표 수출 상품이며 배와 딸기, 파프리카, 유자, 포도 등도 핵심 수출 농산물이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라면은 작년 수출액이 9억5000만 달러다. 김도 수출액이 7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넓은 땅을 요구하는 곡물 수출은 어렵지만 기술과 자본 집약적인 농산물 수출은 우리 하기 나름이다. 10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네덜란드처럼 우리도 값싼 원료농산물을 수입해 가공하여 한국적 특색을 추가하면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등에 수백억 달러를 수출하는 동북아 농식품 수출의 허브 국가가 되는 것도 충분하다.
 
그다음은 당연히 정부의 체계적 수출 지원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수출 지원은 WTO 농업협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수출시장이나 인근 물류 중심지에 대한 물류비 지원과 같은 간접방식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농식품에 대한 상대국의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다층적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에만 해도 총 166건의 한국산 농식품이 통관을 거부당했다. 미국이 64건으로 가장 많고, 중국과 대만이 47건과 34건으로 그다음이다. 상품표시나 포장 잘못, 서류 미비 등과 같이 우리 쪽에 문제가 있으면 정부, 공사, 협회 등이 수출기업에 대한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추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반면 위생이나 잔류농약 검출과 같은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해당국과 협력이나 협상이 필요하다. 한편 개도국의 통관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투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접근보다 기업이나 협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와 FTA를 체결한 국가라면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FTA 점검 이행위원회를 활용하여 통관 애로를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상대국의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상대국 통관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이를 국내 수출기업에 효과적으로 전파하며, 문제 발생 시 국가 간 분쟁으로 전환되기 이전까지 적극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조직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당 조직에서 매년 국가별·지역별 통관정보 및 현안을 정리해 공개함으로써 상대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안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개도국 개발협력자금(ODA)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업 분야 ODA는 최근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앞으로 2030년까지 다시 두 배로 확대될 예정이다(2030년 약 5400억원). 농업 분야 ODA는 당연히 해당 개도국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면서 농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다만 농업 분야 ODA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한국의 농업과 농식품에 접근할 기회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은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관이나 검역 관련 기술교육 및 훈련 등과 같은 ODA 사업은 상대국 비관세장벽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우리 농식품 및 농자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핵심은 농업 ODA를 본래 취지대로 사용하되 간접적으로 농식품이나 농자재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성격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농식품 산업도 수출산업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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