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중동에서 펼쳐지는 전쟁 장기화와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공급망 디커플링 심화 등으로 인해 방산 부품과 국방 핵심 소재 분야에 대한 원활한 공급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K-방산'이 수출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외적 리스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고,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일부 국방 핵심 소재들에 대한 자립화와 공급망 강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소재별 수입 의존도를 살펴보면 방산 핵심 금속 소재인 마그네슘합금과 내열합금은 100%, 타이타늄합금과 니켈·코발트는 99.8%, 알루미늄합금은 94.9% 등이었다.
비금속소재인 복합소재와 세라믹도 각각 47.4%, 51.3%를 수입하는 것으로 확인돼 국방 핵심 소재 대부분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속 소재 중 내열합금은 항공엔진 회전체와 고정체 부품 제작에, 타이타늄합금과 니켈·코발트는 항공엔진 팬 구조물과 유도무기, 가속도 센서 등에 사용되고 있다. 비금속소재 중 복합소재는 추진기관 부품과 발사관, 안테나 덮개, 세라믹은 안테나 덮개와 유도무기, 방호, 방탄제품 등을 만들 때 필요하다.
주요 국방 핵심 소재 수입 현황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내열합금 90%와 타이타늄합금 95%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합 소재는 미국 조달 비중이 36.7%인 한편 세라믹은 일본 비중이 60%로 가장 높았다. 아울러 복합 소재와 세라믹에 대한 중국 조달 비중은 각각 26.7%, 13.3%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립도가 떨어지는 것은 방산 부품 쪽도 마찬가지다. 방산 부품 국산화율은 2021년 기준 78% 수준으로 항공기 엔진 등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항공 분야 국산화율은 4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안보 환경 급변에 따라 첨단 무기 체계 개발에 필수적인 국방 핵심 소재 자립화와 공급망 강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방혁신소재 지정제도(가칭)' 신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방 핵심 소재에 대한 군사적 활용성과 시험 평가, 인증을 통해 성능과 신뢰성이 입증된 소재에 대해서는 '국방혁신소재'로 지정해 수의계약과 우선구매 등 혜택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소재 국산화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방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기체결된 한·미 공급안보약정(SoSA)에 따른 국방 소재 공급망 강화, 한·나토 간 핵심 광물과 소재·부품·장비 분야 공급망 강화, 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IPEF)를 통한 공급망 협력 등을 꼽을 수 있다.
김호성 창원대 첨단방위공학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호주, 유럽, 일본 등 우방국과 방산 공급망 협력 협정 체결을 확대해 유사시 첨단 방산 소재와 물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소재와 부품, 무기 체계 생산능력이 취약한 분야에 대해 우방국과 라이선스 소싱(Second sourcing) 등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