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밭작물 재배면적은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재배면적이 가장 큰 것은 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논콩 재배면적은 2만4344~2만4779ha로 지난해보다 32.9~35.3%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논에서 밭작물 재배 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배수다. 일반적으로 논은 벼를 재배하기 위해 물을 가둘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농경지로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은 불투수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논에서 밭작물을 재배할 때 배수대책이 확실하게 마련돼 있지 않으면 비가 많이 올 경우 침수나 과습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논에서 밭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하는 데 필요한 '유관공 땅속배수', '왕겨 충진형 땅속배수', '무재료 땅속배수' 등 다양한 논 배수개선기술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반면 유관공 땅속배수기술은 트랙터에 매설기를 연결해 주행하며 땅을 파지 않고 땅속 50cm 깊이에 배수관과 소수재로 왕겨를 묻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땅을 파고 배수관을 묻는 굴착식보다 시공비용을 67%가량 줄일 수 있다. 또 흙을 깊게 뒤섞지 않아 땅의 수평을 깨트리지 않고 양분도 그대로 유지돼 언제라도 다시 논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왕겨 충진형 땅속배수기술은 땅속에 배수관을 묻지 않고 트랙터로 땅속 50cm 깊이에 지름 5mm 크기로 구멍을 뚫음과 동시에 스크루 장치로 왕겨를 압축해 넣어 왕겨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시공이 간편하고 쉬우며 배수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굴착식보다 77.8%, 유관공 땅속배수보다 33% 시공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왕겨는 물 스밈성이 좋고 성분 중 탄소 비율이 42%로 높아 잘 부패하지 않아 약 13.5년 동안 배수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무재료 땅속배수기술은 땅속에 배수관을 묻거나 어떤 재료를 넣는 것 없이 트랙터로 땅속 40~60cm 깊이에 구멍을 뚫어 배수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시공이 간편하고 비용이 합리적이며, 자재를 추가로 투입하지 않고도 토양 배수성을 개량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들 배수개선기술을 논에 적용한 결과 잦은 비나 호우에도 침수나 과습 피해 없이 밭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었다. 특히 물 빠짐이 좋아짐에 따라 작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논 배수개선기술 적용 시 유관공 땅속배수기술과 왕겨 충진형 땅속배수기술은 여름철 장마 등 장기간 집중호우에도 배수성과 내구성이 우수해 콩·고구마 등 벼 대체 하계작물 재배에 적합하다. 또 무재료 땅속배수기술은 겨울철 비가 자주 내려도 배수성이 우수해 밀·마늘·양파 등 벼 후작 동계작물 재배 시 사용하면 좋다.
앞으로 논 배수개선기술이 쌀 수급안정과 밭작물 자급률 향상을 위한 논 밭작물 재배를 더욱 확대해 나가는 물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