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지주가 3분기에만 5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연간 최대 실적 달성도 예상된다. 연초만 하더라도 위기론이 대두됐지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악재 해소와 정부 실책, 비이자이익 등 삼박자가 전체 이익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4조4172억원) 대비 11.2% 증가한 4조9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 3분기(4조8876억원)를 뛰어넘은 수치다.
금융사들은 올 초 시작과 함께 난관을 맞닥뜨리며 쉽지 않은 한 해를 예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2월 민생금융을 위해 2조원 이상 지원을 약속했고, 상반기엔 홍콩 H지수 ELS 상품의 배상금 문제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돼 은행 수익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감소했다.
그러나 1분기 보수적으로 쌓은 ELS 손실 보상 충당금 일부가 2~3분기 환입됐고, 대손충당금 전입액 규모도 줄어들며 오히려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리게 됐다. 현재 홍콩 H지수는 7000대에 안착했으며 시중은행들은 9월 이후 사실상 ELS 악재가 모두 해소된 상황이다.
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점을 지난 9월로 미루면서 가계대출이 7~8월 급증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수익의 질(質)은 나빠졌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대출 증가와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가산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의 양(量)이 이를 상쇄했다.
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전체 이익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은 올 3분기에만 3조19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급증했다. 우리금융에서만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3.2% 급증했다. 시장금리가 내리면서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오르고 운용하고 있는 위험자산의 가치가 커진 덕분이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이 연간 기준으로도 기존 기록(2022년 15조6503억원)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분기까지 4대 금융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4조2654억원으로, 연간 최고 기록과는 약 1조4000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가 연말 부실자산을 털어낼 수 있어 아직 연간 실적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도 이자와 비이자이익이 균형감 있게 성장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