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내 출시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미국에서 위고비를 사용한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
◇ '꿈의 비만약' 위고비란?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출시한 비만치료제로, 약물이 사전에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다.
또한 구토, 설사, 변비, 오심, 복통, 두통, 담석, 탈모, 소화불량,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체질량지수(BMI)에 근거해 처방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4월 위고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30kg/㎡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
올해 7월에는 확증된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kg/㎡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게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도 투여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추가로 허가받았다.
허가 용량은 0.25㎎, 0.5㎎, 1.0㎎, 1.7㎎, 2.4㎎ 등 5개로, 주 1회 0.25mg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용량을 증량하는 방식으로 투약한다. 펜 모양의 주사제 한 개가 4주 투약분이다.
위고비의 공급가는 한 펜(4주 분량) 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됐지만, 비급여 제품으로 건강 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의료기관마다 가격이 다르다.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킴 카다시안 등 글로벌 유명 인사들이 체중감량 효과를 봤다고 알려지면서 국내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위고비
위고비는 한국에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끌며 품귀현상까지 일으켰다. 온라인 다이어트 커뮤니티에는 위고비를 구매할 수 있는 약국과 불법 직구 사이트 등 구매 정보가 쏟아졌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비대면 진료로도 처방이 가능해 사실상 치료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처방받을 수 있다. 정부가 올해 2월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대면 의료 플랫폼을 통한 진료 악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용 목적으로 구매를 희망하는 경우에도 의사와 진료 전화 상담만 하면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비만학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식약처가 위고비 출시일인 지난 15일 온라인 불법 판매·광고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입수해 유통거래 하는 일이 발생해 국내 출시 첫 주 만에 오남용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무차별적인 비만치료제 처방으로 인한 오남용을 우려하며 정부에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28일 성명을 내고 "무차별적 처방으로 인한 국민 건강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 상태를 엄격히 파악해 처방해야 하는 의약품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제한해야 한다”며 “온라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고비 사용 후 사망한 美 남성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위고비 용량을 늘렸다가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
29일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70대 남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결국 사망했다. 췌장염은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 중 하나로 지목된다.
체블리 다거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연구팀은 “이 환자는 약물을 0.5㎎으로 늘린 뒤 심한 구토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을 겪고 다시 용량을 0.25㎎ 줄였으나, 높은 용량의 세마글루타이드를 견디지 못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거나 보충제, 약초를 사용한 적이 없는 만큼 약물에 의한 췌장염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에는 또 다른 급성 췌장염 사례도 실렸다. 미국의 36세 여성으로, 급성 상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은 5주 전부터 체중 감량을 위해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사했는데, 의사 처방이 아닌 지인 중 한 명으로부터 이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