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새 인물 14명을 대거 추천하며 경영권 확보에 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며 고려아연의 이사회 구성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추천된 후보들은 금융, 법조, 산업계 등 각 분야의 중량급 인사들로 MBK와 영풍이 이들을 토대로 고려아연의 이사회 과반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된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각각 오랜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양사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강 사장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다양한 기업에서 경영 경험을 쌓아왔다. 그는 영풍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오너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대신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수진 변호사(평화합동법률사무소 대표)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김재섭 DN솔루션즈 부회장 △변현철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 원장 △이득홍 변호사(법무법인 담박 대표)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천준범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홍익태 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 본부장 등 각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MBK·영풍 측은 추천된 후보들을 놓고 모두 경영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고려아연의 의사결정 구조를 혁신할 적임자들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후보의 경력을 살펴보면,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 전략기획팀을 비롯해 경영지원부장, 대외협력단장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금융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와 우리은행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우리금융미소재단 회장을 맡고 있다.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세원분석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 등을 역임한 세무 전문가로, 현재는 법무법인 가온 고문이다. 김수진 변호사는 KBS 방송자문 변호사, 법무부 보안관찰처분 심의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법조 경험을 쌓아 현재 평화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하며 금융 및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김재섭 DN솔루션즈 부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직 등을 거치며 산업계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고 현재는 DN솔루션즈 상근고문이다. 변현철 변호사는 23년간 판사로 활동하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임한 법조 전문가로, 현재 법무법인 율촌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는 현대차 기술연구소, 포스코 기술연구소 등에서 금속공학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과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금융 감독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이득홍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퇴직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담박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신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천준범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와 당근마켓 부사장을 거쳐 현재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로 재직하며 기업 거버넌스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홍익태 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전북지방경찰청 청장을 비롯해 경찰청 차장과 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을 역임해 산업 안전과 공공 경영의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현 이사 수는 총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MBK와 영풍이 추천한 후보들이 모두 이사로 선임될 경우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게 되어 MBK·영풍이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 행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 고려아연 이사회가 MBK·영풍 측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고려아연 이사회가 소집 요청을 거부할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MBK·영풍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관련 판단에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내년 초에 임시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