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초점] 대만 로맨스 붐 일으킨 '청설', 韓 리메이크는 어떻게 달랐나?

2024-10-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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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 주연 배우들의 수어 사진연합뉴스
'청설' 주연 배우들의 수어 [사진=연합뉴스]
대만 청춘 로맨스 붐을 일으킨 영화 '청설'이 리메이크돼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원작의 감성과 한국의 정서가 담긴 영화 '청설'은 국내 극장가 '로맨스 장르' 가뭄을 깨고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까?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청설'(감독 조선호)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영화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 분)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 분)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고 있다.

지난 2010년 개봉해 청춘 로맨스 붐을 일으켰던 동명의 대만 영화가 원작.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파일럿' 등 해외 원작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호평받았던 제작사 무비락이 만들었다.

조선호 감독은 영화 리메이크에 관한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원작과 똑같아도 혹은 너무 달라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리메이크 영화의 어려움은 '원작'에 있다. 원작이 호평받은 작품일수록 어려움은 커진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며 비교당하거나 "원작을 해친다"며 팬들에게 비난당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리메이크된 영화 '청설'은 이 점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며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섬세한 터치가 필요했다. 조 감독은 원작이 가진 무해함을 강조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앞세워 공감을 얻고자 했다.

조 감독은 "원작이 가진 사랑스러움을 지키면서 한국 정서에 맞게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각 인물의 정서와 고민을 강조하고 싶었고 관계에서 오는 고민을 짚어냈다"고 설명했다.
영화 청설 스틸컷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청설' 스틸컷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들도 원작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영화 '청설'만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름'에게 한눈에 반한 '용준' 역을 맡은 홍경은 "원작이 있는 작품에 걱정이 있었다. 한 번 만들어진 이야기를 또 한다는 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품이 가진 순수한 매력에 반했고 그 점을 녹여내고 싶었다며 "대본을 중심으로 디테일하게 발전시키려고 했다. 그 점이 차별점이다. 인물 관계로 영향을 받고 성장하면서 복잡해지고 레이어가 두터워졌다. 관객들에게도 이런 점들이 와닿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영 선수 '가을'을 연기한 김민주는 "원작에 있는 걸 가져오기보다 대본과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대본 안에서 캐릭터들을 발전시켜 차별점을 만들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름'을 연기한 노윤서는 배경과 인물들을 한국으로 옮기며 자연스레 차별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경을 한국으로 가져오고 원작과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발생하는 '다름'이 곧 차별점인 것 같다. (원작보다는) '여름'에게 집중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국내 관객들이 일본·대만 청춘 로맨스 장르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감독은 "그 나라만의 감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일본은 담백함을 가지고 있고 대만은 어떤 감정을 부각해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그 '감성'을 가진 (로맨스 장르를) 한국으로, 특히 현시점으로 옮겨 올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땅바닥에 발붙인(현실적인)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남의 나라 문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설 11월 6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청설' 11월 6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영화 리메이크에 있어 또 다른 주안점은 현지화다.

조 감독은 "특히 한국에서 대만 로맨스가 특별히 사랑받지 않았나. 그건 특유의 감성이 있어서다. 언어가 다르면 다른 문화가 만들어지듯 그 나라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고 온다면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캐릭터를 구상하고 만들 때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도시락 배달이나 언니와 동생의 관계성 등에서 조금씩 차별점을 주었다. 한국 관객들이 너무 동떨어지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의 말대로 '대만 영화' 특유의 감성이 한국으로 옮겨진다면 매력이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 조 감독은 이 같은 점들을 섬세하게 터치하면서도 일명 '조명' '온도' '습도' 등 분위기를 지키며 한국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밝혔다.

조 감독은 "대만의 여름과 한국의 여름은 다르다. 한국의 여름 중에서도 가장 싱그럽고 생명력 넘치는 무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의 말대로 영화 '청설'은 생명력 넘치는 여름의 무드가 그대로 담겼다. 한여름 낮의 온도며 초록의 잎새 등 낭만적 분위기가 담겨 '보는 재미'를 준다.

'젊은 감성'의 완성은 '젊은 배우'에게 나왔다. 20대로 구성된 배우들은 진정성 있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표현하였다.

조 감독은 "기본적으로 캐릭터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배우들이 캐스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대에 맞는 배우를 찾았고 본인 나이가 (캐릭터와) 비슷하면 자신의 성격과 개성, 매력을 녹여낼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전했다.

홍경은 "우리가 선배님들처럼 경험이 많지도 않은데. 극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저는 '새로움'이라고 생각했다. 뭘 보여줄지 모르는 호기심이 있을 거라고 보았다. 그 시기에만 느끼는 감정들이 있지 않나. 저희가 그것들을 표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극 중 캐릭터가 첫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는 만큼 우리들 역시 기대와 설렘 등을 꺼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청춘 로맨스 청설의 주인공들 사진연합뉴스
청춘 로맨스 '청설'의 주인공들 [사진=연합뉴스]

노윤서는 "풋풋하고 청량한 매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또래 배우다 보니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김민주는 "배우들이 또래니까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해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촬영할 때도 편안하게 소통하고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청설'은 원작 팬들을 만족 시키고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을까? 로맨스 가뭄이 일어난 국내 극장가 새 물결이 일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월 6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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