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양당 후보가 역대급 초박빙 판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흑인 유권자를 비롯한 이른바 ‘집토끼’ 표심을 끌어안는 데 집중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텃밭인 뉴욕시의 한복판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미 ABC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지난 18~22일(이하 현지시간) 전국 성인 2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그룹 지지율은 해리스 49%, 트럼프 47%로 집계됐다. 투표 의향이 있는 응답자에서는 해리스 51%, 트럼프 47%로 격차가 확대됐다. 이는 이달 초 조사 때의 2%포인트 격차(해리스 50%·트럼프 48%)보다 늘어난 수치다.
경합주 거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가 50%로 동률을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는 9월에 3%포인트 우위에 있었으나 2주 전에는 1%포인트로 줄었으며 이번에 같은 수치가 나왔다. 양측의 초접전 구도에서 대선 여론조사 결과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는 이날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해 ‘흑인 표심잡기’에 몰두했다. 특히 그는 교회, 이발소, 서점 등을 돌며 바닥 표심을 다지고 지지층에 투표를 독려했다. 해리스는 유세에서 “우리 자녀와 손주를 위해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혼돈과 공포, 혐오의 나라인가. 아니면 자유, 정의와 연민의 나라인가”라며 말과 기도, 신앙이 중요하지만, 투표소를 찾아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28일에는 미시간, 30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접전지에서 유세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경합주 대신 민주당 우세 지역인 뉴욕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방불케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1만9500명의 수용 인원을 자랑하는 메디슨스퀘어가든의 연단에 선 트럼프는 “세금을 인하하고 물가를 낮추고 임금은 올릴 것이며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 범죄자의 침략을 중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에는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도 참석했다. 트럼프는 28일 조지아, 29일 펜실베이니아, 30일 위스콘신, 31일 네바다에서 유세를 펼친다.
한편 트럼프의 이날 유세에 앞서 무대에 선 스탠드업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고 라틴계와 흑인, 팔레스타인 등에 대해 경멸하는 발언을 쏟아내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