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출이 회복되면서 대기업 사정은 확연히 나아졌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보릿고개를 넘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도 반도체 호조로 기계·전기전자 경기는 살아났지만 건설, 철강·비금속 부문의 침체는 두드러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93만5597개)의 매출액증가율은 2022년 15.1%에서 지난해 -1.5%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매출액증가율은 성장성의 대표적인 지표로 2010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석유정제·코크스를 중심으로 2.3%, 비제조업은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을 중심으로 0.9% 각각 매출액이 줄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 것으로 전년의 348.6%보다 대폭 하락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취약기업'의 비중도 42.3%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전년과 같았다. 기업 10곳 중 4곳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주요 대기업이나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 성장세가 크게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 수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기업들의 상황이 역대 최악이었던 지난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이 회복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다.
2만3137개 외부감사 대상 법인 중 3940개 기업을 표본조사한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증가율은 5.3%,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2%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제품 수요 호조와 범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 덕분에 기계·전기전자(20.7%) 업종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다만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종과 관련한 주요 수출 대기업의 실적은 확연히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의 개선세는 더디게 진행되는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면서다.
2분기 기준 영업이익률 부문에서 대기업(3.3→6.6%)은 껑충 뛰었지만 중소기업(5.0%→4.4%)은 1년 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또한 건설업, 소매업, 철강·비금속 수익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거나 마이너스다.
기계·전기전자는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11.8%포인트, 이자보상비율 1056.37%포인트나 좋아진 반면 건설업의 영업이익률은 1년 전보다 -0.38%포인트, 이자보상비율은 2분기 -8.98%포인트로 낮아졌다.
강 팀장은 "올해는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매출액증가율, 영업이익률 수치가 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주요 수출 대기업은 좋고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개선세가 더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