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경우, 기업가치 저평가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1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16.1%)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캠페인이 성공하면 3년 이내에 기업가치가 1.4%p만큼 개선되면서 저평가가 일부 해소(△16.1%→ △14.7%)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다시 2.4%p 악화(△14.7%→ △17.1%)되면서 저평가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의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p 악화(△16.1%→ △17.1%)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고용과 투자(자본적 지출)의 축소로 인한 기업 펀더멘털 약화가 지적됐다.
분석 결과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2년간) 기간 동안 고용은 평균 3.0%, 자본적 지출은 평균 10.7% 감소했으며, 장기적으로 고용은 5.6%, 자본적 지출은 8.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당은 단기(캠페인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까지 2년간)에는 평균 14.9% 증가하지만, 장기에는 다시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배당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고용과 투자 감소 등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되면서 기업가치의 저평가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만큼,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통해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활동은 최근 이어진 지배구조 규제 정책의 강화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했다.
실제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한국 대상 기업의 개수는 2017년 3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 8개, 2023년 77개로 최근 5년 사이에 9.6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행동주의 캠페인이 더 활성화될 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크게 증가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는 게 한경협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