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주요 화두로 올랐다. 야당은 쉼터·이동거리·임금 체계 등 처우 문제를, 여당은 사용자 고용 형태 및 비자 연장에 관해 질의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2022년 국무회의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의하면서 맞벌이 부부들의 관심을 샀다. 이후 육아비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업에 탄력을 받았고, 고용노동부·법무부와 함께 지난 9월 시범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다만 기대와 달리 최저임금 기준이 책정되자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샀다. 또 한 달여 만에 관리사 2명이 이탈하면서 처우와 저임금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 "도서관·박물관이 쉼터?"...오세훈 "시범사업은 장단점 파악하는 기간"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사관리사 쉼터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자치구별 도서관·박물관·문화센터 관련 자료를 모아놓고 쉼터라고 만들어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동을 많이 하는 업무 특성상 세심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촉구했다.
앞서 시는 이들에게 이용시설 자료를 배부하면서 공공시설 289여 곳을 안내했다. 다만 백남준 기념관, 윤동주 문학관 등 공공에 개방된 문화시설을 안내한 것에 불과했고, 전용 쉼터 공간은 아니었다.
임금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용 가정 자녀 수가 1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차이가 나지만 자녀 수에 따른 임금 차이는 없다. 한 의원은 "'서울 이모님들'도 (자녀 수에 따라) 임금체계가 달라진다"며 "부당하다고 느낄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2명이 이탈하면서 이슈화가 됐다"며 "시민들께서는 노동부보다 서울시 문제로 더 크게 인식할 것이다. 대응 책임은 서울시가 더 크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점검하겠다"면서도 "시범사업으로 여러 가지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한 기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완벽할 수 있다면 본사업부터 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여당 "직접고용·비자연장 필요"...오세훈 "입주형·타 국가 도입 등 고민 중"
여당에서는 육아비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에 맞게 임금 조정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가사관리사를 가정이 직접 고용하도록 해서 최저 임금을 조정해보자는 논의가 처음에 있었다"고 했다.
오 시장은 "다른 형태의 시범사업을 고민 중"이라면서 홍콩·싱가포르처럼 입주를 혼합하거나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 도입 등을 언급했다. 모호한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출퇴근이 아니라 입주하면 육아·가사를 모두 할 수 있는 돌봄 노동자도 필요하게 된다"며 "다른 나라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수요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비자 연장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가사관리사들은 E-9(비전문취업비자)로 입국해 체류기간이 7개월로 정해졌다. 조 의원은 "연장기간이 최장 4년, 5년이 넘지 않는다“며 "E-7(특정활동비자)로 바꾸든지 정부하고 논의해서 연장 가능한 형태로 젊은 사람들이 영주권도 획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향후 시범사업 영역을 요양·돌봄 분야로 확대하자는 요청에 대해서 오 시장은 "동감한다"며 "노동자들이 많이 부족한 돌봄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그런 문제의식 때문에 시범사업을 실시했다"며 "이 시대 책무라 생각하고 다양한 돌봄 노동을 확대할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