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키즈 얼라우드(Kids Aloud)’란 독특한 이니셔티브가 있다. 여름 방학 기간에 맞춰 아이들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주는 게 골자다. 이 시간만큼은 미술관은 '조용히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공간'이 아닌, 아이들이 마음껏 떠들며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신한다.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 20여 개 미술관과 박물관이 이 이니셔티브에 동참한다는 한 외신 기사를 봤다. “아이들에게 차분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옳지 않나”란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역대급 폭염이 강타한 8월 어느 주말, 더위를 피하려고 여섯 살 아이와 DDP를 찾았다. 업무차 방문했다가 우연히 본 DDP 둘레길갤러리의 전시 '그린캔버스 인 DDP'가 아이와 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깨질 위험이 있는 작품이 없는 데다 널찍한 길도 편하게 걸을 수 있겠다 싶었다.
포스터 옆 ‘밟고 지나가도 됩니다’란 문구 덕분에 복도를 신나게 걷던 중 아이가 갑자기 “엄마, 우리도 동물이지”라고 물었다. 아마 인간도 생태계 일부라는 사실을 그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낀 듯했다.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되돌아간 얘기에 “엄마, 아빠, 친구들이랑 다시 만났겠네”라며 신난 아이를 보니 ‘예술의 힘’이 레토릭에 그치지 않는단 걸 새삼 느꼈다.
우리나라도 무더운 여름 방학에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어떨까? 아이들도 부모들도 그 시간만큼은 마음껏 예술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