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가 올해엔 안 떨어질 줄 알았는데, 심히 당혹스럽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 하니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카드수수료처럼 떨어지기만 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 논의 결과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받아들이는 카드사들의 속내는 까맣게 타고 있다. 올해 수수료율은 영세·중소 가맹점을 기준으로 0.5~1.5% 수준이었는데, 내년 2월부터는 0.4~1.45%로 떨어지게 됐다. 이들이 전체 가맹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다. 수수료율이 0~1%에 머물다 보니 사실상 신용카드 등 매출세액 공제 제도까지 고려할 땐 10억원 이하의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납에 따른 카드수수료 부담보다 공제받는 금액이 더 클 정도다.
그러는 사이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는 주요 수익원으로서 역할을 상실했고, 매출이 늘어도 수익은 되레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카드사들은 덩치가 큰 중견·기업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혜택이 쏠쏠한 '혜자 카드'를 없애거나 무이자할부를 축소했다. 이렇듯 금융소비자 효용은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수익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카드사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맡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의 금리는 올해 25% 줄어든 데 반해 카드론 금리는 하반기 들어 오름세를 보인다. 카드론이 무담보 대출에 별다른 심사를 거치지 않아 서민·취약계층의 '급전' 통로로 쓰이는데, 불경기 속 서민들의 금융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계에서도 금융당국으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수수료 수익으로 카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카드사들이 대출 수익에 매진하는 뒤틀린 영업 행태의 원인이 결국 금융당국의 관치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적격비용 제도와 같이 시장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카드 수수료 규제가 정말 금융소비자를 위한 규제인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