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와 이공계 등 각계에서도 정부 정책을 두고 "근본적 원인 해결 없이 증원부터 하고 보는 순서가 잘못된 정책"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6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의료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변협은 각계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을 검토해보고자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의료분쟁과 필수과목 의사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자 필수과목 지원자가 줄어들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는 연평균 752.4명으로, 연평균 근로일수 240일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평균 3.1명이 기소됐다.
이 변호사는 "의대 증원보다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 수가를 대폭 인상해 필수의료에 종사하면 힘들고 고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며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에도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사명감을 갖고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공계 전문가도 의사와 변호사 양성을 비교해 설명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덕환 명예교수(서강대 화학)는 "과거 정부는 사법 개혁 일환으로 변호사 수를 늘렸지만 그 결과는 분명하지 않다"며 "변호사 수임료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렵고 상상을 넘어서는 고액 수임료를 챙기는 전관예우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증원도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명예교수는 "변호사 증원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면 되고 반드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되지만, 의사 양성 과정은 전혀 다르다"며 "의대를 다니지 않고 의사면허를 받을 수 없고, 의사 양성을 위해서는 위사면허를 받은 후 4년 이상 고강도 '수련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를 졸업한 일반의가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수련병원을 마련하는 것은 온전하게 정부 책임"이라며 "수련병원에 대한 대책은 외면하고 (단순히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의료 개혁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자명한 사실은 오이시디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수가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 모두가 증원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숫자를 늘리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 것을 실행하는 주체가 정부이다. 정부가 일 잘 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