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지 약 두 달 만에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과 한 자리에서 만난다. 상견례를 포함한 첫 공식 회동이지만, 최근 가계대출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권 내부통제 미비 사고도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은 첫 공식 회동에 나선다. 지난 7월 말 김병환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업권별로 간담회를 진행해 왔는데, 마지막 순서로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는 것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 폭의 집중적인 관리를 5대 금융 회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에서 “주택시장이 계속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다면 추가적인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달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하반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현재 추세대로면 이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다만 부동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지난 추석 연휴 등이 일시적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을 거란 해석이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제를 추가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전세자금·집단잔금대출 접수 중단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금리도 다음 달 4일부터 주담대 0.10∼0.20%포인트(p), 전세대출 0.10∼0.45%p 높인다. 기업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1주택자에 대해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다.
간담회에선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논의도 예상된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검찰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에 약 350억원 규모로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만큼 이에 대해 김병환 위원장이 현 경영진의 책임과 관련해 언급할 수 있다.
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과 향후 운영 방향도 주요 안건이다.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하려는 금융지주, 은행은 10월 말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하면 되지만, 김병환 위원장의 주문에 따라 이보다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 직무 관련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배분하고, 사고 발생 시 명확하게 책임을 지게 하는 내부통제 규율 체계를 담은 문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구체적인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