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규모 폭격을 감행하면서 최소 492명이 숨졌다. 특히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까지 폭격을 가하면서 전면전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중동에 군 병력 증파 계획을 밝혔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최소 49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최소 1654명으로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연일 높여감에 따라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전 가능성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와 동부를 겨냥해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시설 11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오늘은 중요한 정점”이라며 “우리는 (헤즈볼라) 로켓과 정밀 탄약 수만 발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표적 공습이 고위 지휘관 알리 카라키를 겨냥한 공격이었으며 카라키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 내각회의에서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을 “미친 짓”이라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야만적인 침공이자 전쟁범죄”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저강도로 유지되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사건으로 격화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보복을 천명하자 이스라엘은 지난 20일 수도 베이루트를 한발 앞서 표적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이브라힘 아킬 등 헤즈볼라의 군사작전을 주도하는 지휘관들이 살해됐다. 이후 남부와 동부에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민간인 피해를 낸 이스라엘의 폭격을 비난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갈수록 늘어나는 민간인 피해를 언급하면서 “상황이 극도로 위험하고 걱정스럽다. 거의 전면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우려하는 이스라엘군의 월경(越境)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분쟁 확산을 우려하면서 중동에 병력을 증파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동의 높아진 긴장을 고려하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차원에서 이미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그 지역(중동)에 우리의 무력을 증강하기 위해 소수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파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