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올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이전 분기와 같은 1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4분기 전기요금은 현 수준에서 동결된다.
다만 연내 인상 가능성은 여전하다. 전기요금은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동결한 연료비조정단가는 매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최근 최대치인 '+5원'이 지속해서 적용 중이다.
최근 3개월 연료비 가격을 감안하면 한전은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kWh당 -5원으로 낮춰야 하지만 위기에 처한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현 수준 동결이 결정됐다. 따라서 연료비조정단가를 제외한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에서 추후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정부도 한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요금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월 기자 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시점과 관련해 "폭염 기간은 지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 상황이 지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기요금 외 다른 공공요금도 이미 올랐거나 인상이 예고돼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1일부터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1MJ(메가줄)당 1.41원, 일반용은 1.3원씩 각각 인상했다. 동절기 난방 수요 증가로 가스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가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4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중교통 요금도 더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 서울시는 올 하반기에도 150원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적자 규모를 감안하면 요금 인상이 절실하지만 경기도·인천시·코레일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경기도 버스요금도 오른다. 버스 노사가 이달 초 전 노선에 대한 7%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최근 경기도 31개 시군 중 12곳이 상수도 요금을, 14곳은 하수도 요금을 각각 인상했다. 경기도의 경우 이달 기준 ㎥당 상수도 요금은 평균 587.45원, 하수도 요금은 523.65원으로 각각 26원과 28원씩 올랐다. 부산시는 10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당 720원에서 790원, 내년 850원, 2026년 920원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발표했다.
올 들어 8월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한 2.6%에 근접하고 있다. 이 같은 물가 안정세에도 2분기 전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공공요금까지 올라 물가를 자극하면 내수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며 "동절기 수요 확대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향후 국제유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공공요금 인상에 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