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법령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통령경호처 사업 책임자와 브로커 간 유착 관계에 따라 약 16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논란이 불거졌던 시공업체 선정 수의계약 체결은 법령상 가능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감사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2022년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로 감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8개월 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집무실 이전 공사 대부분은 행정안전부가 예비비로 4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후 감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일부 잔여 공사는 대통령실이 자체 예산으로 계약 체결 후 공사 감독을 수행했다. 또 행안부는 준공검사 때 공사비 정산 업무를 소홀히 해 2개 업체에 공사비 3억2000만원 상당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공사 착수 및 계약 체결 방식 관련 부분이 문제의 출발점이자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통령실은 필요한 예산이 모두 확보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일단 공사에 착수한 다음 예산을 확보해 나가는 등 (과정이) 국가계약 법령상 절차와 다르게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비서실에 추후 유사 사업 추진 시 공사 참여 업체의 자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또 집무실·관저 이전 사업을 총괄한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의 책임에 대해서는 향후 공직 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하도록 인사혁신처에 인사 자료를 보내라고 비서실에 통보했다. 행안부에는 집무실 이전 공사와 관련해 업체에 과다하게 지급된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집무실과 관저에 방탄창호를 설치하는 공사 과정에서의 위법·비리가 적발됐다. 브로커 A씨는 전체 방탄창틀 제작 비용이 1억3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호처와 시공업체 간 계약 당일 방탄창틀을 납품하는 목적의 서류상 회사를 배우자 명의로 설립한 뒤 방탄창틀을 17억여 원에 시공업체에 납품하는 내용의 계약을 별도 체결해 15억70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
A씨와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경호처 전 부장 B씨는 A씨가 단순 브로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2022년 3월 방탄창호 설치공사의 실질적 사업관리자로 선정해 계약금액을 임의로 협의하고, 계약 부서와 협의하지 않은 채 A씨에게 방탄창호 제작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경호처장에게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시공업체에 대해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B씨에 대해서는 파면으로 징계 처분하도록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관저가 보안시설이라는 점에서 법령상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며, 공사업을 등록한 업체를 대상으로 맺은 수의계약 자체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감사 결과를 통해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전 추진 과정에서 사업의 시급성·보안성 등으로 빚어진 절차상 미비점에 대해 점검 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