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올해 4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 상품 중 하나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 규모도 급증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TDF 운용 규모는 지난달 기준 16조997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TDF 운용 규모가 7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240배 넘게 성장했다.
설정액도 지난 4일 기준 10조5126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1조4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자산배분TDF 시리즈는 순자산 규모만 각각 1조원을 넘고, 설정액도 7000억원 가까이 운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한국형TDF 시리즈는 수익률 측면에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한국형TDF2050증권투자신탁UH[주식혼합-재간접형]는 연초 이후 15.11%(4일 기준) 수익률을 기록했다. TDF 시리즈 중 같은 기간 유일하게 수익률 15%를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퇴자산은 주로 원리금 보장 형식으로 투자됐으나 주식 투자 경험이 쌓이며 TDF 등으로 은퇴자산을 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펀드시장 침체 속에서도 TDF 등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 펀드의 성장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TDF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고갈 위기가 확산되며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다양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베이비부머(1946~1965년 출생자) 은퇴가 늘어나며 자산 축적뿐만 아니라 자산 인출에도 금융상품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향후 월지급식 펀드 형식의 금융상품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TDF 등 장기투자형 연금상품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5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안정적인 장기투자형 연금 상품 개발에 힘써 달라”며 “국민 자산 운용 수요를 충족하고 고령화에 따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자산운용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TDF 위주로 펀드 투자가 이뤄지는 해외 사적 연금시장을 볼 때 우리 사적 연금시장 발전도 운용사 역량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