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가계대출 정책과 관련해 발생한 실수요자 피해에 대해 "죄송하고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에 은행별로 상이한 가계대출 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한 공식 사과였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계부채 관련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변화는 경제·금융 분야 수장들 협의체인 이른바 'F4 회의' 직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은행권의 자율적 관리 방침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 간 통일된 목소리를 내려는 변화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가계대출 관리 방향에 대해서는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달라서 여신 심사에 대한 특정 기준을 세우되, '그레이존'에 대해서는 은행연합회와 논의하는 방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편승해 특정 자산에 쏠림이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도 적정한 관리가 아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환 부담이 크다"며 "'대출 절벽'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체계적·점진적인 스케줄을 갖고 관리하도록 은행에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선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64.2%로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가계대출은 매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9조5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1년 7월(15조3000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 차등화 등 추가적인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10∼11월 가계대출 흐름,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 은행의 여신 심사 정밀화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