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미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기준금리 인하로 반도체 등 IT주가 주도주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상됐다.
10일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기자실에서 열린 '2024년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미국 7월 실업률이 4.3%로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해 경기 침체 사이클이 시작될 위험이 높아졌다"면서도 "미국은 이민자 유입이 늘어 경제활동인구가 동반 증가하고 있어 실업률만으로 경기 침체 진입을 속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용 둔화 우려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리며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빅컷' 여부에 쏠린 상태다.
그는 "미국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대출)이 안정적이고 소매 판매가 반등한 가운데 올해 연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양호한 소비경기가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소비 모멘텀이 서서히 둔화하고 있어 9월 50bp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11월, 12월 회의에서 각각 25bp씩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빅컷'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향후 미국 노동시장의 해고 증가 여부가 관건이어서 해고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 추세를 돌릴 만한 포인트는 '경기 회복'"이라며 "연준의 빠른 대응을 통해 경기 둔화 기간을 최소화한다면 경기가 돌아서는 그림이 나오는 게 최선"이라고 봤다.
황 센터장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 배경이 1995년 금리 인하 당시와 유사하다며 하반기 주도주 변화를 예상했다. 그는 "1995년 하반기 연준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과 올해가 유사하다"며 "당시 주도주였던 IT주는 하반기 금리 인하 이후 주도주에서 이탈하고 헬스케어와 금융주가 주도주 역할을 담당했는데 올해 하반기 미국 IT와 국내 반도체도 이익 증가율 정점 통과 우려로 주도주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6만원대로 떨어지고 통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4배 되는데 1.2배 아래에서 오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나 과매도 된 상태"라며 "반도체는 현 시점에서 너무 과도하게 빠지고 있어 기술적 반등 정도는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존 주도주였던 반도체는 시장 중립 의견"이라며 "비(非) 반도체 중 2025년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 업종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제약·바이오, 소프트웨어, 방산, 유틸리티, 조선 업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