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기술 업계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단연 '인공지능(AI) 글라스'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중국 증시에서 AI 글라스 관련주의 강세가 특히 돋보였다. 중국 업계는 기존 안경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AI 글라스 기술 경쟁력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보스안경은 1993년 탄생한 중국 최대 안경체인으로 시장 점유율이 74%에 달한다. 보스안경이 AI 글라스 관련주로 분류된 것은 TCL 산하 AR(증강현실) 전문 기업 팔콘(FFALCON)과 협력 소식 등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팔콘은 지난달 29일 보스안경과 합작 투자 회사를 설립하고 AI 및 AR 글라스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합작 기업 자본금 규모는 약 1500만 위안(약 28억원)으로 팔콘이 지분 80%, 보스안경이 지분 20%를 각각 보유하기로 했다.
이처럼 업계는 기존 안경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AI 글라스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리훙웨이 팔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AI 글라스의 첫번째 조건은 착용감이고 두번째가 비로소 AI 기능"이라면서 "기술 기업과 전문 안경 업체 간의 협력이 시장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팔콘은 이미 AR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글라스 모델 '레이냐오(雷鸟)X2'를 4999위안(약 94만원)에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애플의 AR 헤드셋 비전프로가 부진했던 데 반해 메타가 레이벤과 합작해 만든 AI 글라스 레이밴 메타가 선전하면서 중국 업계는 관련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중국 대표 IT 공룡 샤오미와 화웨이가 각각 AI 글라스를 출시했고, 샤오미가 투자한 스타트업 펑차오(蜂巢科技·Superhexa)는 지난달 AI 글라스 '제환(界環·JIEJHUAN)'을 공개했다.
중국 AI 업계 전문가 궈타오는 "해외 제품과 비교할 때 현재 국내(중국) AI 글라스는 기술 수준, 시장 수용도, 브랜드 영향력 등 측면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제품력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적극적으로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글라스는 기존 안경에서 AR 안경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제품으로 최종적으로는 AR 글라스가 시장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 창업자는 "1~2년 사이에는 AI 안경 판매량이 AR 안경 판매량을 압도하겠지만, 2027년 이후에는 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현재 애플뿐만 아니라 메타와 구글 등이 A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메타는 자사 첫 번째 AR 글라스인 오리온을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