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변화와 활력도 모색하는 서예전이 개최된다.
‘거침없이 쓴다, 푸른돌·취석 송하진 초대전’이 이달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내달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주 현대미술관에서 각각 열린다.
서예가 푸른돌·취석 송하진은 서예의 대중성과 한국성 그리고 세계성을 고민하며 새로운 소재와 장법, 결구로 독특한 형상성과 조형성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그는 행정고시를 통해 행정가의 길을 걷다가 정치의 길에 들어서 전주시장과 전라북도지사로 16년간 봉직했다. 정치행정가로서 평생을 보냈지만, 그와 동시에 서예가로 활동하며 서예계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취석의 조부 유재 송기면 선생은 서예가이자 “우리의 전통을 몸체로 삼되 그 쓰임새는 새로워야 한다”는 구체신용설을 주장한 큰 유학자였다. 그의 부친 강암 송성용 선생은 근현대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대가 중의 한 명이었다. 오늘날 서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우산 송하경, 하석 박원규, 산민 이용, 이당 송현숙, 심석 김병기 등도 강암 선생의 제자들이다.
취석은 서예의 위상과 미래를 늘 고민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서예가 흔들리고 있지만, 이는 서예의 위기가 아닌 새로운 예술로 발전해 가는 성장통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취석은 서예가 나아갈 새로운 길로 ‘거침없이 쓰는 서예’를 제시한다. 거침없이 쓰는 서예란 과거의 법칙, 방식, 형식, 틀 등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쓰는 서예를 의미한다. 서예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개념을 ‘곱고 예쁘고 정돈된 글씨’를 뛰어넘어 ‘거칠고 흩날리고 자유분방한 글씨’ 등 그 개념을 무제한 확장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세계의 수많은 문자를 자유롭게 소재로 삼되, 우리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를 하자고 제안한다. 중국은 한자가 주인이 되는 중국서예로, 일본은 일본어가 주인이 되는 일본서예로, 한국은 한글이 주인이 되는 한국서예로 발전되어야 다양성이 이뤄지고 그 다양성을 바탕으로 진정한 서예의 세계화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K-서예의 지름길이라는 게 그의 뜻이다.
서예가이자 평론가인 심석 김병기 교수는 “누구라도 과감히 나서서 ‘거침없이 쓰는 서예의 즐거움’을 알려야 서예가 산다는 절박한 생각을 하였기에 용기 내어 자신의 서예를 들고나온 것”이라며 “취석이 들고나온 거침없이 쓰는 서예는 한국서예가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이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전통서예를 알리는 효과적인 묘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