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있다 보니 갭 차이로 전세를 껴도 매매는 쉽지 않은 곳이었는데 최근 전세가격이 뛰고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을 이용해 투자에 뛰어드는 손님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예요.”(마포구 아현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입주 물량 급감으로 서울 내 전세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치솟는 전세가격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도 함께 상승하면서 잠잠했던 갭투자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전세가율이 60%를 웃도는 자치구도 강북구(62.2%), 금천구(61.8%), 중랑구(61.8%), 성북구(61.2%), 관악구(60.8%), 은평구(60.4%) 등 6곳이나 됐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전세가율 60%를 넘긴 자치구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서울 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도 최근 다시 증가 조짐을 보인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지역 갭투자 의심 주택 매입 건수는 96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강남 3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의 경우 238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88건)보다 약 2.7배 늘었다.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도 과거 17건에서 43건으로 갭투자 거래가 약 2.5배 증가했다.
전세 수요가 많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최근 입주 물량 등 공급 위축으로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며 전세가율은 연말에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입주 물량은 약 89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특히 전월(1만8950가구)과 비교해서는 물량이 거의 반토막났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수급지수는 150대에 육박하는 142.9에 달한다. 지난 2021년 10월(162.6)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7개월 만에 22.6포인트 증가해 가파른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초과할 경우,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로, 지수가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전세가율을 이용한 갭투자가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자산 여력이 안 되거나 자산 규모보다 더 상급지로 이동을 원하는 수요자들, 실거주를 하지 않아도 미리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겹쳐 갭투자로 일부 투자 수요가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남아있는 전세 자금을 이용한 주택 매입이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