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가계대출 급증, 부실채권 확대, 내부통제 실패 등 연이은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715조7383억원)과 비교했을 때 8조3234억원 늘어난 규모로, 2021년 4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NPL)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4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조원 늘었다. 이는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분기 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 6조4000억원 중 중소기업이 빌린 돈이 4조5000억원으로 70%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6월 105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 사건이 드러났다. NH농협은행도 올해만 4건의 금융사고가 발견되는 등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겪고 있는 삼중고를 돌파할 만한 묘책이 없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급증세와 중소기업 대출 부실의 원인은 부동산 시장 반등,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내수 부진 등 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올리고 부실채권 매각을 확대해도 지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내부통제 역시 수년째 강조되고 있지만 은행들이 대책을 내놓기가 무색할 정도로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주요 은행들의 행장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는 점에서 일부 은행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져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전반적으로 실적은 잘 나오고 있지만 내부통제 실패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며 “각 은행들이 곧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텐데, 후보추천위원회가 연임과 교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