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부동산가격 때문에 금리 안내린다?

2024-09-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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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지난 8월 2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8월 8일 발표된 상황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배경에서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회복이 더딘 내수와 추락하는 민생을 고려해 대통령실은 아쉬움을 표명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대통령실은 한은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이후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자영업자 건설업자들의 상황은 빈사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자영업자 수는 57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000명 줄어든 규모다. 특히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가 11만명 줄어들어 사실상 경영난과 고금리 영향으로 폐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장사를 접은 후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들은 1년 새 23%가 넘고 지난 7월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 건수는 총 229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059건)과 비교하면 무려 116%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종합건설업체 누적 폐업 신고는 295건으로 전년 동기(218건) 대비 무려 35.3%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고용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52만1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만4000개 증가했지만 고령층 재정일자리 '보건·사회복지' 분야의 일자리가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고 건설업 일자리는 4만8000개 줄어들고 20·40대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내수 부진과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민생을 고려한 대통령실의 아쉬움 표명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반박이 나와 주목된다. 2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금리 동결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현 상황에서의 단기적 최적 결정'이 무엇인지에 치중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왜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고 직격했다는 보도다. 이 총재는 "구조적인 제약을 무시한 채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논쟁이 잦아들기보다는 가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측 논쟁이 모두 한편에서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고 틀린 주장들이 아니기 때문에 논쟁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외국에서 통화이론으로 학위를 하고 한국은행에서 통화연구실장을 역임하고 관련 학회장을 맡아 오는 등 통화금융을 연구해온 필자로서 몇 가지 정리해 둘 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통화정책이란 무엇인가. 거시경제학에서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더불어 단기 안정화정책(stabilization policy)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경기는 변동하면서 움직이는데 수요변동을 통해 경기변동을 완화해 실물경제에 충격을 덜 주도록 하는 것이 단기 안정화정책이다. 그 때문에 통화정책은 대개 시계가 1년 내외로 짧다. 1년 내외의 미래를 내다보고 물가나 고용 사정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고 미래지향적 정책을 수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구조개혁 교육 혁신 등은 성장정책이라고 해서 거시경제학의 후반부에서 가르치고 있는 장기정책분야다. 단기 통화정책은 장기적 경제여건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단기 안정화정책을 수행한다. 물론 단기 안정화 통화정책은 투자를 통해 장기 성장의 여건을 변화시킨다.

둘째, 한국은행의 목적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1997년 금융위기 이후 1998년부터 채택했다. 1차 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고인플레이션 시기를 겪으면서 당시 전 세계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 채택 열풍이 불던 때였다. 즉 물가안정이 한은 통화정책의 목표다. 물가안정 목표는 처음에는 작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가격과 글로벌 시장 영향이 절대적인 석유류가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인 근원인플레이션율을 기준지표로 하였으나 지금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지표로 하고 목표는 2.5%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세계 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예방대책을 연구한 끝에 거시건전성규제 등 사전적 금융안정대책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각국은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게 되었고 한국도 금융감독원에 거시건전성감독국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거시건전성감독국은 폐지되고 없다. 그처럼 사전적으로 거시건전성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가 최근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급락하자 2020년 3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기준금리는 0.5%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러자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건설사 시행사들은 금융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빌려 부동산개발을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은 1~2%대의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8~9% 내외의 부동산 대출을 하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느냐고 판촉에 열을 올렸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증권사 등 금융권 직원들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현상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금융위기의 전조로 보았다.

금리 급락과 주택공급 부족 등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 집값이 급등하고 이를 기회로 PF대출이 급증하게 된다. 그 후 집값이 하락으로 돌아서면 PF부실이 급증하게 되는데 경착륙해 부실규모가 크지면 금융위기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집값 급등기에 대출할 만한 신용력이 없는 프라임 수준 이하 가구에도 무조건 대출한 사태) 이후 집값이 급락하면서 마침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되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가격하락에 따른 채무부담 증가가 다시 가격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이라고 명명하고 대공황과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비이성적 과열’ 경우에는 사전에 거시건전성 규제로 무리한 금융공급을 규제하여 비이성적 집값 급등과 대출 급등 현상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해야할 사전적 조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 결과 2011년에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한국은행의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한은의 목적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고 해서 고용안정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물가안정목표 2.5% 수준은 완전고용수준에 달하는 고용안정을 달성하는 수준의 물가상승률 수준이다. 미국 연준은 고용안정을 명시적으로 목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고용안정의 목적 도입 여부를 떠나 대체로 적정금리수준 도출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 갭(잠재성장률과 기대성장률 갭)과 인플레이션율 갭 (목표인플레이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율 갭)을 이용한 ‘테일러준칙’이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처럼 내외금리차가 환율변동을 초래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에는 환율변수를 추가한 ‘개방경제 테일러준칙’이 사용되기도 한다.

셋째, 통화정책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일정한 시차가 지난 후에 성장 고용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대체로 투자 즉 성장과 고용에 먼저 영향을 미치고 이는 수요변동을 통해 물가를 변동시키게 된다. 그동안 한은의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대체로 1년 내외 시차를 두고 물가를 변동시키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보다 늦게 금리를 변동하면 실물경제 즉 성장 고용 물가의 변동성을 높여 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한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국내외 실증분석에서도 선제적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이 최적 통화정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전년동기비 2.8%로 하락했다. 농산물가격과 에너지가격의 일시적 상승으로 2월과 3월 3.1%로 소폭 높아졌다 4월에는 다시 2.9%로 진입한 후 5월 2.7% 6월 2.4% 5월 2.6%로 2%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은도 지난 8월 발표한 금년도 경제전망에서 금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2.1%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금년 및 내년 모두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2.2% 및 2.0%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작년의 1.4%에서 금년에는 2.4%로 회복되고 내년에는 2.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차를 고려한 지금의 금리정책은 내년의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전망을 내다보고 수행되어야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한은이 2.1%로 전망해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 한은은 보다 일찍 금리를 내리는 것이 최적 통화정책이란 차원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은은 지난 8월 22일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고 부동산가격 동향을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만약 부동산가격이 안정이 안되면 고용악화와 성장둔화 그리고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금의 금리를 유지할 것인가. 많은 부동산전문가들은 지난 8·.8 부동산대책으로 수도권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한은은 딜레마에 직면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한은이 금리동결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효과 문제다.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는 대책이다.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고 △서울에 인접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호 이상을 추가하고 △재건축·재개발 촉진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 17.6만호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 미분양 주택을 LH가 매입하는 등 4.1만호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하며 △빌라 등 비아파트를 11만호 이상 신축매입임대로 신속히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공급대책과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는 등 시중 유동성과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실패했던 문 정부와는 달리 공급확대정책과 가수요 통제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책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주택 입주까지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한편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와 안정적인 주택공급은 상충된 목표라는 점이 문제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 집값 하향 안정화만 추구하면 건설사의 수지가 악화되어 오히려 공급이 안될 수도 있다는 점은 과거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인데도 반복 주장되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해부터 건설비용도 급등하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PF 부실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23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중 얼마나 부실이 되고 있는지도 불확실한 가운데 대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은행의 또 하나의 목적인 금융안정이 크게 훼손될 우려마저 있다.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오히려 더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은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로 나타나는 ‘금융불균형’을 거론하며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이다. 금리 하나로 물가안정과 금융불균형 등 금융안정을 모두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두 가지 목표를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틴버건의 법칙’이다. 금리와 더불어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건전성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설상가상 장기목표를 위해 단기목표를 희생하게 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의 단기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한은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7월 고용사정이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다음 달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고 한번에 0.5% 포인트 인하하는 빅컷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부동산, 특히 수도권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를 금리정책에 중요하게 고려하는 반면 연준은 고용동향을 크게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동향을 반영하여 벌써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원화가 강세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많이 높아졌지만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아직도 수출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경쟁력이 원화강세로 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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