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N번방 결정적 제보' 박지현 "딥페이크 성범죄에 수많은 여성 불안...국가적 재난 선포하라"

2024-08-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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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추적단 불꽃 활동을 통해 N번방 사건의 결정적 제보를 한 '불'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 위해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많은 여성이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학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며 혹시라도 내가 피해자일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AI 봇을 이용해 처음에는 무료로 합성을 하게 해주고, 그 이후에 돈을 내거나 AI 합성방을 공유하면 추가 '크레딧'을 준다며 여성의 피해를 재화로 거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텔레그램의 CEO의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2020년 N번방 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할 때 우리는 그를 잡지 못했다. 당시 텔레그램에 대해 그 어떤 처벌도 내리지 못했다. 과연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요?"라며 "2020년 우리나라에서 N번방 사건이 처음 논란이 됐을 때 정말 진정한 'N번방 방지법'을 만들었다면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경찰 수사의 벽에 막혀 '텔레그램은 못 잡아요'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부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수사 협조에 응하지 않는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 파벨 두로프가 잡힌 지금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할 겁니까?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고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아울러 "텔레그램이 N번방 사건 때처럼 가해자들의 신상 협조에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 민주당도 1당으로서 입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하길 바란다. 우선적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학생들을 상담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아 현지 시간으로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
 
다음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전문이다.

수많은 여성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대학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며 혹시라도 내가 피해자일까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지인이 내 사진을 나체와 합성하고 신상을 유포할까봐 잠도 못 주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가해자를 잡을 수 있냐며 새벽에 연락을 주시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당장’의 대처법은 SNS에 올린 사진들을 다 내리라는 것입니다.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불법촬영을 비롯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졸업앨범의 사진을 가지고도 온갖 성범죄를 벌이는 추악한 범죄자들입니다. SNS를 하지 않는다고 피해 대상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AI봇을 이용해 처음에는 무료로 합성을 하게 해주고, 그 이후에 돈을 내거나 AI합성방을 공유하면 추가 ‘크레딧’을 준다며 여성의 피해를 재화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함께 올린 사진은 제가 1분만에 찾아 들어간 방입니다. 그리고 1분이면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만들어집니다. 누구도 인증 절차 없이 방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복 숫자를 합쳐 가해자가 22만입니다.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입니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각국 정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조수사를 본격화해서, 타인의 인격을 말살하며 성착취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빠짐없이 잡아야 합니다.

최근 텔레그램의 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됐습니다. 2020년 N번방 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할 때, 우리는 그를 잡지 못했습니다. 당시 텔레그램에 대해 그 어떤 처벌도 내리지 못했습니다. 과연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요?

2022년, 브라질은 텔레그램이 당국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며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에서 텔레그램 앱을 삭제해 자국에서 텔레그램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 이후 텔레그램은 곧바로 브라질 대법원의 이행 명령에 응답했습니다. 2023년 독일에서는 텔레그램이 경찰 수사에 응답하지 않자, 독일 내무부 장관이 나서 독일 정부가 텔레그램의 협조를 받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텔레그램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정부가 나서 법적인 대응을 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11개국 이상입니다.

2020년 우리나라에서 N번방 사건이 처음 논란이 됐을 때, 정말 진정한 ‘N번방 방지법’을 만들었다면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제가 추적활동을 하던 4년 전에도 매일 같이 일어났던 일입니다. 경찰 수사의 벽에 막혀 ‘텔레그램은 못잡아요’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부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수사협조에 응하지 않는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인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파벨 두로프가 잡힌 지금,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할 겁니까?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고,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텔레그램이 N번방 사건 때처럼 가해자들의 신상 협조에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합니다. 민주당도 1당으로서 입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적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학생들을 상담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불안해하고 계신 여성분들이 많으신 걸로 압니다. 혼자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불안이, 또 우리의 분노가 결국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만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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