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25만원 민생지원금' 전 국민에 상품권 주면 땡?

2024-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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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현재 민생의 최대 쟁점은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것인가 말 것인가다. 이미 8월 2일 국회에서 특별조치법이 186대 1로 통과된 마당이라 대통령 재의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여론은 거의 50대 50으로 팽팽하게 갈려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간에 국민의 절반은 불만일 것이다.

전 국민에 대한 지원금 지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충격을 받았던 2020년 5월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전국 2216만가구에 14조3000억원을 지출했다. 가구당 평균 64만5000원이 지급되었다. 지급 형태로 보면 66.1%인 1464만가구에 신용카드 충전 방법으로 약 9조4000억원 지급했고 13.2%인 292만가구에 선불카드로 약 1조9000억원, 12.9%인 287만가구에 약 1조8000억원의 현금이 지급되었으며 7.8%인 173만가구에는 지역사랑 상품권이 지급되었다. 그 당시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는 미미했다. 첫째로 소상공인의 체감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한두 달 반짝 개선되는 데 그쳤다. 2020년 4월 소상공인체감 BSI는 73.8에서 5월 88.3, 6월 82.6으로 10포인트 개선되었지만 7월부터 추석 직전까지 급락하였다. 전통시장 매출 BSI가 5월 가장 크게 증가하였지만 이 또한 8월에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였다.
 
표1 소상공인 BSI 추이  2020년
[[표.1 소상공인 BSI 추이 : 2020년]
둘째로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신규 소비지출은 약 20~3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70~80%는 대체소비, 즉 지원금이 없었어도 지출했을 곳에 지출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2020년 6월 행안부가 8대 신용카드사의 재난지원금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출의 대부분이 마트나 식료품 구입, 주유 혹은 병·의원 지출 등 대부분이 대체소비에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대중음식점, 의류 잡화, 헬스미용(피부미용), 안경 같은 전문소비품 지출에서 신규 소비가 창출되었을 가능성 높지만 이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2020년 9월에 실시된 KDI 연구 (1차 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김미루, 정책포럼 281호, 2020년 12월 23일)에 따르면 카드 사용의 경우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으며 2020년 12월 발표된 KDI의 또 다른 연구용역 결과도 현금 지급의 신규 소비지출은 21.7%로 나타났다(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연구II, 이태석 외, 용역보고서, 2020년 12월 31일). 이런 결과를 종합해보면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신규 소비지출은 대체로 20~30%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거시통계를 보면 민간소비(명목) 증가효과는 거의 없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이 포함된 2020년 2분기 GDP 명목 민간소비액은 220조4000억원으로 1분기 222조8000억원보다 오히려 낮고 2019년보다도 줄어들었다. 연간 약 1000조원 넘는 민간소비 규모에 비추어 볼 때 14조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은 영향을 미치기에 너무 작은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넷째로 업태별로 월별 소매판매액 증감통계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4월 3조4000억원 감소에서 5월 2000억원 감소로 약 3조2000억원 개선되었다. 안경, 자전거 등과 같은 전문소매점의 5월 소매판매가 6조4000억원 감소하여 4월 15조3000억원 감소에 비해 8조9000억원 개선되었으며, 백화점 소매판매 또한 전년 동기에 비해 5월 7조2000억원 감소하여 4월 14조4000억원 감소에 비해 7조2000억원 개선되었으며 슈퍼마켓 소매판매액도 전년 동기에 비해 10조8000억원 증가하여 4월 6조8000억원 증가보다 4조원 가까이 개선되었다. 결국 2020년 5월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를 정리하면 14조3000억원에 해당하는 국가채무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두 달간 일시적인 체감BSI를 올릴 뿐 지속적인 경제성장 효과를 얻지 못했으며 소비지출 효과도 백화점과 전문소매(안경 등) 품목, 피부성형서비스 등 일부 업태에만 나타나는 비대칭적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하였을 뿐이다.
 
야권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이유는 지금의 민생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3.4%였고 2분기는 2.3%이므로 상반기 평균 3% 정도 된다. 이 정도 경제 성적이면 거의 활황에 가깝다. 이런 상황을 경제위기로 단정하면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민생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가계소득 통계를 보면 2023년보다 민생이 더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2024년 1분기 대부분의 가계 월평균 소득은 2023년 1분기보다 오히려 늘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가계소득이 더 많이 늘었다. 최하위 20%(1분위) 가계소득은 8%, 차하위(2분위) 20%는 4%, 3분위는 5%, 그리고 4분위는 3% 증가했다. 다만 최상위 20%(5분위) 가계소득만 2% 줄어들었다. 근로소득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월평균 소득이 1000만원 넘는 계층에서 소득이 월 22만원 정도 줄어들었다고 나라가 지원에 나설 것은 아니다. 최저소득 계층인 1분위 가계는 사업소득이 4%가량 줄어들었지만 금액으로는 3800원에 불과하여 근로소득 증가액 1만5000원 증가가 충당하고도 남는다. 국민의 약 9%인 기초생활수급자(중위소득 50% 미만)와 8.4%인 차상위계층을 합하면 17.4%인데 이들은 모두 1분위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1인당 25만원에 더하여 1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것이므로 2분위 이상 계층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표2 가계 5분위별 월소득비교  2023년 1분기100 - 2024년 1분기
[표.2 가계 5분위별 (월)소득비교 : 2023년 1분기(100) -> 2024년 1분기]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계층과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지출로 타깃화해야 한다. 최저생활 계층이나 일정한 규모 이하의 소상공인자영업자로 국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들의 식료품 비용이나 에너지 비용 등과 같은 필수적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전 국민에게 상품권으로 지급하여 사용처만 제한하는 방법은 겉보기에는 효과적일 것 같아도 실상에서는 많은 비효율성과 부작용과 탈법·불법을 낳을 수가 있다. 1% 넘는 상품권 발행 비용도 문제지만 물품 판매 또는 용역 제공 없이 지역사랑상품권을 거래·환전하거나 실제 매출금액 이상의 거래를 통하여 수취한 지역사랑상품권을 환전하거나 환전대행가맹점에 환전하는 불법행위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불법행위를 관리감독할 능력도 없으면서 상품권만 발행하고서 정책 목적이 달성될 것이라고 자만한다면 큰 오산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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