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민생지원금 13조원 쓰는 대신 부가세 인하한다면

2024-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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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교수 부가가치세인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추락하는 정부지출의 경제성장 효과
 
 
100여 분에 걸친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중에서 가장 귀에 꽂힌 말은 민간주도 성장이라는 단어였다.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한다고도 했고 서민중심시대를 열겠다고도 했지만 그보다 더 가슴에 와 닿은 것은 과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과는 차별화된 민간주도 성장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의 각오였다. 정부주도 소득주도 성장이 맞는가 아니면 민간주도 성장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학계에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정부(소득)주도 성장론을 견지하는 야당이 압승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야당과 민간주도 성장론을 견지하는 여당 사이에 치열한 논쟁과 갈등이 예상된다.

2000년 이후 24년 동안 보수정부, 진보정부 할 것 없이 모든 정부는 총지출을 크게 늘려왔다. 2000년 정부지출이 129.3조원이던 것이 2003년에는 164.3조원으로 늘었고 2008년에는 234.9조원, 2013년에는 300.2조원으로 확대되었다. 2018년에는 408조원, 2020년에는 554.7조, 그리고 2021년에는 604.9조원으로 거의 1, 2년 사이에 100조원 넘게 늘어나는 폭증세를 보였다. 나라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지출의 절대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경상 GDP에 대한 비율 면에서도 정부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아래 [그림.1] 참조) 2000년대 만 하더라도 경상GDP의 19% 선에서 조금씩 올라가던 정부지출 비율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을 전후하여 급격하게 상승하여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24%까지 올라갔고 2022년에는 31.4%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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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지출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출이 일으킨 경제성장기여도는 점점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정부지출 100조원의 정부성장기여도는 연평균 0.55% 포인트, 55bp 였다. 정부가 100조원을 지출했을 경우 그것이 정부부문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정도가 0.55% 포인트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효과가 이명박 정부 때에는 절반 수준인 27bp로 떨어졌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23bp, 문재인 정부 때에는 19bp로 낮아졌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지원금이 본격적으로 지원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정부지출 100조원이 창출한 정부부문 경제성장률 기여 효과는 각각 12bp와 7bp 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지출이 거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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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출이 늘어나도 경제성장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부지출에서 차지하는 이전지출, 즉 정부가 가계, 지방정부, 비영리기구 등에 대해 대가 없이 지급하는 지출의 비중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보건복지고용분야의 재정지출 비중은 32%에서 37%로 늘어났다. 2023년의 경우 총지출 639.0조원 중에서 이전지출은 447.7조원으로 전체의 70.1%에 달하고 있다. 이 안에는 중앙 및 지방정부에 대한 경상이전과 비영리기구에 대한 경상이전과 가계에 대한 경상이전이 들어가 있는데 특히 가계에 대한 경상이전이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이전지출이 경제성장 효과를 떨어뜨리는 이유는 이전지출의 재정승수효과가 정부소비나 정부투자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KDI연구(이강구)에 따르면 이전지출의 누적재정승수 효과는 0.31에 불과하여 정부소비 1.01이나 정부투자 1.22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정부지출이 이전지출에 치우칠수록 경제성장 효과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복지정책이 강화되면서 복지혜택의 지원대상과 지원 금액이 늘어나도 신규소비창출, 즉 경제성장효과는 점점 떨어진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최저 소득계층인 1분위 가계에만 지원되던 정부의 복지쿠폰을 소득 형편이 보다 나은 2분위나 3분위 계층으로 확대할수록 새로 지원받는 해당 가계는 과거에 사적으로 부담했어야 할 지출을 정부쿠폰으로 대체하면서 소비지출 창출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아주 형편이 어려워 극장을 갈 수 없었던 저소득층에 영화쿠폰을 주면 영화를 보러 가겠지만 영화쿠폰이 없었더라도 영화를 관람했을 계층에게 영화쿠폰을 주면 새로운 영화관람 창출효과는 없는 것이다. 복지지원 금액을 예컨대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는 경우도 늘어난 금액만큼 새로운 소비창출이 되기보다는 기존 지출을 정부지원으로 대체하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확대되었던 일회성 재난지원금의 경제성장효과도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소상공이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새로운 소비나 혹은 새로운 투자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밀린 임대료나 인건비나 비용을 지불하는 데 쓰인다면 경제성장효과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정부지출 증가가 국민의 세수 증가로 조달했다면 한계소비성향의 차이로 말미암아 오히려 역성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채를 발행하여 정부지출을 조달했다면 민간부문의 자금조달을 구축하는 효과를 일으키거나 혹은 동시에 시장금리를 올리면서 경제성장효과를 감퇴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부 지출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효과가 크기 위해서는 이전지출이 아니라 정부투자가 늘어나야 하지만 이 또한 민간투자보다 정부투자의 경제성장효과가 낮다면 효율적이지 못한 정부지출이 되는 셈이다.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를 통해서 불평등이나 양극화를 보완한다는 말은 맞아도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소득주도 성장이론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경제성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고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다. 정부지출은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평등이나 양극화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쓰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25만원 민생지원금 지원은 성장정책도 아니고 양극화불평등 해소 정책도 못된다. 야당이나 여당 모두 민간주도 경제성장 정책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때다.
 
민간주도 경제성장의 핵심은 세 가지다. 하나는 규제혁파고 다른 둘은 수출과 내수의 활성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내놓은 규제혁신전략회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23년 8월 구로 디지털단지에서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발표한 이후의 행적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중심이 규제혁파에서 물가안정이나 민생으로 옮겨간 때문인지 모르겠다. 수출 활성화는 그런대로 가시적인 성과가 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반도체와 석유화학과 자동차 산업에 국한될 뿐 대부분의 다른 산업 수출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내수, 특히 소비부진이다. 민생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바로 소비부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13조원의 재정을 민생회복지원금으로 쓸 것이라면 차라리 2% 포인트 부가가치세 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훨씬 경제성장효과도 높고 동시에 물가안정 효과도 있다. 외식비용도 2% 가까이 줄어들면서 매출도 늘고 고용도 늘고 소비도 늘 것이다. 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라도 내리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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