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쇼츠(짧은 영상) 등 수많은 콘텐츠 서비스 중독 시대에 게임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문제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게임 질병코드)' 도입 여부가 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 화두로 떠오르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게임 과몰입을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용 시간 때문이라면 다른 콘텐츠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 과몰입이 우울·불안·우울·폭력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특정 근거 없이 짐작하는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장 문제로 지목돼 온 폭력성은 게임 중독과 인과적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스탠퍼드대학 브레인스톰 연구소가 82개 의학 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게임과 폭력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 해당 검토는 2022년 미국에서 총기 난사로 650명을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이 게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실시됐다.
게임 질병코드가 국내에서 처음 화두가 건 2019년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에 '게임 과몰입(게임중독)'을 등재하기로 결정하면다. 당시 WHO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중독 질병코드 '6C51'를 포함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게임 과몰입을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한 것이다.
당시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교육부는 환영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대 의견을 내는 곳은 게임 이용자에 대한 잠재적 정신질환자라는 낙인효과로 인한 소비 감소를 우려했다. 연간 십 수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중독관리 부담에 따른 증세, 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표준질병분류가 개정되는 내년까지 이를 반영할 것인지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관련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최근에도 이 같은 우려가 이어진다. 특히 게임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하면 국내 게임 산업 위축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게임 수출은 코드 도입 후 2년 내 9조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빈약한 근거로 포기하기에는 작지 않은 경제적 가치다. 충분한 연구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