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드의 '도쿄 참사'는 잊어라. 무너졌던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파리에서 태권도가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태권도 국가대표팀 막내 박태준이 첫날부터 제대로 일을 냈다. 박태준은 7일(현지시간)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태권도 58㎏급 결승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를 상대로 라운드 스코어 2-0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강전에서는 홈의 열광적 응원을 얻는 프랑스 대표팀 시리앙 라베를 상대했다. 1라운드는 8-5로 승리했지만, 2라운드에서 3-4로 져 위기를 맞았다. 운명이 걸린 마지막 3라운드에서 박태준은 한때 1-3으로 뒤지기도 했지만, 2점짜리 몸통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켜 5-4로 이겼다. 라운드 스코어 2-1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준결승에서 최대 고비가 찾아왔다. 상대가 무려 '세계 랭킹' 1위인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였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를 맞이한 박태준은 자신의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1회전에서 선취 2득점을 올리며 기세 좋게 출발한 그는 라운드 막판 전광석화 같은 연속 몸통 득점을 성공시켜 6-2로 꺾었다.
2회전에 나선 박태준은 다소 불안했다. 젠두비에게 얼굴 공격을 내주며 3점을 먼저 허용했다. 그래도 박태준은 '강심장'이었다. 이내 얼굴 공격으로 3-3 동점을 이끌어냈다. 이후 젠두비가 지도를 받으며 4-3으로 앞서갔다. 박태준은 회전 공격으로 4점을 더 얻어내 8-3으로 큰 리드를 잡았다. 젠두비에게 얼굴 공격을 맞아 7-6, 1점 차 접전 상황에서 박태준의 연속 공격이 적중했다. 특히 코치진의 비디오 판독 요청이 주효했다. 얼굴 공격이 인정되며 11-6으로 격차를 벌렸다. 또 몸통 공격까지 성공해 13-6으로 경기를 끝냈다. 라운드 스코어 2-0으로 승리가 확정됐다. 결승에 오른 박태준은 '윙크'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박태준은 결승에서 마고메도프를 상대로 2-0 압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 부상을 당한 마고메도프는 연이어 고통을 호소했다. 박태준이 1라운드를 9-0으로 잡았고, 2라운드까지 그가 압도했다. 2라운드 13-1로 격차가 벌어지자, 마고메도프는 마우스피스와 헤드기어까지 빼버린 뒤 경기장에 누웠다. 더 이상 경기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박태준은 승부가 결정되자 재치 있는 옆돌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로써 태권도 대표팀은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기록한 '노골드'의 한을 일부 풀어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됐다. 박태준에 이어 김유진(여자 57㎏급), 서건우(남자 80㎏급), 이다빈(여자 67㎏ 이상급)이 차례로 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편 지난 도쿄 올림픽 한국 태권도는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에 그쳤다. 파리 올림픽 태권도 첫날부터 금메달 1개를 수확한 가운데, 대표팀의 최종 성적에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