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 HP가 현재 대부분 중국에서 만드는 생산 물량을 절반 이상 태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영문판 '닛케이 아시아'가 7일 보도했다. HP는 중국과 대만 사이 지정학적 충돌 위험을 줄이고자 싱가포르에 '백업' 설계 허브를 세우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 매체는 소식에 밝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HP가 공급업체들과 생산설비 이전 계획을 논의 중이며 2~3년 내로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HP는 내부적으로 노트북 생산량의 최대 70%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전 규모는 공급업체 및 생산 부품의 복잡성 별로 달라진다고 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HP가 "중국 외에 다른 국가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지금껏 취한 가장 공격적 움직임"이라 평했다.
생산기지 이전은 태국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복수의 취재원은 최소 5개 HP 공급사가 태국에 새로운 제조시설과 물류창고를 건설 중이고, 2개 사는 HP 요청으로 올해 초부터 생산 역량을 키워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임원급 소식통은 "HP가 태국에 생산 허브를 짓는 데 큰돈을 들이는 건 확실하다"며 "고객사를 지원하고자 타 동남아시아 시설이 있지만 비효율적이란 판단 아래 지금 태국에 새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HP는 지난해 PC 약 5200만 대를 팔아 PC 업계 판매량 순위에서 중국업체 레노버 뒤를 이은 2위를 기록했다. HP는 수십 년간 중국 내륙의 충칭에 광범위한 공급망을 구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이전 흐름에 따라 HP도 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타 PC 업체처럼 동남아시아로 생산 기반을 이전하고, 해당 지역 판로를 모색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PC로 시장 판도가 재편되면서 중국 내 제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예컨대 인텔은 이미 AI PC용 코어울트라9칩을 화웨이에 수출하는 게 금지된 상태다. 한 베테랑 기술 분석가는 닛케이아시아에 "AI PC는 시장 자극을 위한 모든 PC제조업체의 희망이나, 또한 AI는 미·중 갈등의 뜨거운 전장"이라고 설명했다.
HP 최고공급망책임자인 어니스트 니콜라는 자사 웹사이트 게시물을 통해 "우리는 오랫동안 운영해 온 지점에 계속 투자할 것"이며 "때로는 특정 생산설비를 다른 위치로 옮겨 유연성을 확보하고 고객의 위험을 완화할 것"이라고 에둘러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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