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고용지표가 악화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11월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증시하락 원인을 상대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책임으로 돌리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정' 책임론을 부각시켜 최근 해리스 캠프의 돌풍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전 뉴욕증시가 개장 직후 급락하자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증시 폭락과 고용 악화 상황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싸잡아 "역사상 가장 무능한 리더"라며 "유권자들은 선택할 수 있다. 트럼프의 번영이냐 카멀라의 붕괴(Crash)와 2024년 대공황이냐"라고 적었다. 뉴욕증시는 지난 주 급락에 이어 이날도 고용지표 악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일제히 3%가량 하락했다.
이날 트럼프 캠프의 공세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저격성 게시물을 10건 이상 올리고, 트럼프 선거캠프는 엑스(X)에 해리스 부통령과 증시 폭락 뉴스 장면을 교차한 영상을 게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오하이오주 J.D.밴스 연방 상원의원도 엑스에 "이 순간 세계에서 실질적인 경제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번 경제침체 위기를 대선 레이스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카 로버츠 공화당 여론조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해리스 캠페인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이는 그가 경험하고 있던 허니문 기간을 끝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해리스 캠프는 당장 불안에 떠는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내놓을 대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 분야가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경제고문을 지낸 제이스 퍼먼은 WSJ에 "앞으로 선거까지는 3개월분의 경제 데이터가 남았다"며 "경제는 변수가 많아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에 금리인하를 결정하고 고용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잡는다는 모습을 보일 경우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소매판매, 급여, 산업 생산 등 다른 경제 지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미국 증시가 늘어난 유동성 여파로 '오름세'였음에도 선거에서 패배한 점을 볼 때, 시황이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 해리스 캠프의 '열세'가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5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등록유권자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주거문제' 해결능력에 있어 해리스 부통령(46%)은 트럼프 전 대통령(41%) 보다 5%포인트 더 신임을 받았다. 이외에 경제정책 전반, 양질의 일자리, 실업, 세금정책 등에 있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득표율 격차를 한 자리수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보다 훨씬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전문가 마이클 라이언은 뉴스위크에 "많은 미국인들이 새로운 구상을 가진 신선한 인물을 찾고 있고, 해리스는 그것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달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전 금리 인하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어 그 역시 최근 경기침체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