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5일 공포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장 중 10% 가까이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13% 넘게 하락했습니다. 단 2거래일 만에 코스피는 11% 넘게 하락해 주가 수준이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렇게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때 거래소는 제동을 걸게 되는데요. 우선 '사이드카'가 있습니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를 규제하는 방식인데요.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의 호가 효력을 일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프로그램 매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고자 하는 게 목적입니다.
사이드카는 '서킷 브레이커'의 전 단계이기도 합니다. 서킷 브레이커는 회로 차단기에서 유래한 용어인데요. 주식시장이나 선물시장에서 가격 변동이 지나치게 심할 경우 주식시장 등의 모든 종목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제도입니다.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목적이에요.
서킷 브레이커는 1·2·3단계에 걸쳐 발동 기준이 있는데요. 1단계는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해 1분 동안 지속되면 20분간 매매거래를 정지시킨 뒤 10분간 동시호가를 접수해서 매매를 재개합니다. 이날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걸렸죠.
2단계는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전일보다 15% 이상 하락하거나 1단계 서킷 브레이커 발동 시점보다 1% 이상 추가 하락한 뒤 1분 동안 지속될 때 또 20분간 매매거래를 중단합니다. 3단계는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전일 대비 20% 이상 내리고 2단계 발동 시점 대비 1% 이상 더 내려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는데요. 3단계에선 장이 종료됩니다.
서킷브레이커 제도는 1987년 10월 뉴욕증시가 대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주식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가증권시장 1998년 12월 7일, 코스닥시장 2001년 10월 각각 도입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여섯 차례가 있었습니다. 2000년 4월 17일 미국 증시 하락으로, 2000년 9월 18일 미 증시 하락과 유가 급등이 원인이었죠. 2001년 9월 12일에는 미국 9·11 테러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서킷 브레이커로 시장이 잠시 멈췄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총 열 차례가 발동돼 보다 많아요. 2006년 1월 23일, 2007년 8월 16일 미국 증시 악화와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 확산으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2008년 10월 23일, 24일에는 이틀 연속 발동됐고, 이후 3년 만인 2011년 8월 8∼9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충격으로 또다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어요. 2016년 2월 12일에는 당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등 글로벌 증시 하락 등이 작용하면서 지수가 급락해 발동됐습니다.
이후 조용하던 시장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았는데요. 2020년 3월 13일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어요. 투자자들은 공포의 하루를 보냈죠. 이후 4년 5개월 만인 5일 또다시 양대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 브레이커가 걸렸습니다.
종목별로도 이성을 되찾도록 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변동성완화장치(VI)가 있죠. 개별종목의 체결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급격한 주가 변동을 막기 위한 장치예요. VI가 발동되면 일반매매가 정지된 후 2~10분간 단일가 매매 및 임의연장 30초의 냉각 기간을 진행합니다.
유형은 동적VI, 정적VI 2개가 있습니다. 동적VI는 직전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2~3% 이상 벗어나는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고, 정적 VI는 전일 종가기준으로 10% 이상 주가 변동 시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것이에요.
이런 제동장치가 없다면 시장은 더욱 변동성을 키우면서 폭등과 폭락을 부추길 겁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는 투자자들이 몰려 '패닉셀'도 나타나겠죠. 그렇다면 주가는 더욱 하락해 악순환이 될 겁니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성적인 투자 판단을 도울 장치가 꼭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