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오늘 개최하려던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철회하면서 두산그룹 구조개편 절차가 중단됐습니다.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두산에너빌리티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는 분할합병계약을 양사가 체결했는데, 이 계약도 해제했습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합병관련 공시를 정정하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하고, 두산로보틱스와 분할합병계약에 대한 해제합의서를 체결했다"며 "향후 예정된 모든 분할합병 관련 사항은 취소됐으니 유의하라"고 안내했어요.
이 구조개편은 상장사 간 합병인 만큼 관련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 내용이 금융당국 심사를 거쳐야 했고, 각 사 주주들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난관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앞서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합병 및 주식교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두산밥캣 가치 저평가로 소액주주 피해 우려가 제기됐고, 금감원도 이 신고서 내용에 보완이 필요하다며 여러 차례 정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결국 두산로보틱스 대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 간 포괄적 주식교환 비율이 1대0.031에서 1대0.043으로 바뀌었죠.
지난 7월 11일 이사회 결정 이후 합병비율 및 합병방식 수정을 포함한 6번의 정정신고 끝에 가까스로 당국의 심사를 통과했는데, 결국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나며 이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지난 3일 밤 촉발된 계엄 사태로 4일부터 국내 증시가 휘청이면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주가도 함께 급락하면서 기존 공시된 주식매수청구권 '매수청구가'를 한참 밑돌게 됐거든요.
주식매수청구권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계획이 승인될 경우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어질 권리였는데요.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이에 찬성하는 주주는 합병 후 주식교환 비율에 맞게 주식을 받으면 되지만, 그걸 원치 않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회사 측에 주식을 사들이도록 요구할 수 있었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매수청구가는 각각 주당 2만980원, 주당 8만472원으로 공시되었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라면 시장가격이 낮을수록 높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전에 합병 반대의사를 회사 측에 통지하고,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된 후 매수요청 주식 종류와 수를 또 통지해야 하죠.
이러한 의사를 적극 표현해 차익을 얻고자 한 소액주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공시에서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님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함에 따라 본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설명했어요.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지난 9일 이들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는데, 분할합병계약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습니다. 회사 주가가 매수청구가 이상일 경우에만 표결하기로 했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시가보다 매수청구가가 훨씬 높아졌을 때 주식을 팔고 다시 사는 게 이익이 되기에 이런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도 10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종가가 각각 (매수청구가보다 크게 낮은) 1만7180원과 5만2200원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 국민연금은 양사 주가가 매수청구가 이상일 경우에만 찬성하기로 함에 따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시도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죠.
구조개편 관련 3사 주가 방향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1일 종가 1만7240원으로 전일 대비 60원(0.29%) 오르면서 4일부터 5거래일 동안 이어진 하락세가 일단 멈췄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한 5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고요. 같은 기간 두산밥캣은 뚜렷한 방향 없이 등락했고 11일에는 전날과 같은 종가를 기록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