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죽은 신경망이 살아난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린 이 구상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본인의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두 번째 두뇌 컴퓨터 칩 이식에 성공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신경계 손상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던 이들은 칩 이식 후 뇌의 신호를 통해 노트북 화면을 움직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머스크는 칩 이식 후 반응속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기술 활용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뉴럴링크가 두 번째 환자의 뇌에 컴퓨터 칩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2일 팟캐스터 렉스 프리드먼 방송에 나와 말했다. 두 번째 대상자는 첫 대상자와 마찬가지로 척추 손상을 입었으며, 그의 뇌에 이식된 임플란트 칩 전극(전기 신호를 전달하거나 감지하는 장치) 중 400개가 작동하고 있다고 머스크는 설명했다. 그는 "전극도 많고, 잘 작동하고 있다"며 "징크스를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두 번째 임플란트는 매우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두 번째 환자의 인적 사항과 수술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뉴럴링크는 신체 손상을 입고 팔다리를 가누지 못하는 이들이 각종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뇌에 심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뉴럴링크는 지난 1월 사지마비 환자 놀런드 아르보를 대상으로 두뇌에 칩을 이식하는 수술을 마쳤다. 아르보는 지난 3월 휠체어에 앉은 채 손발을 움직이지 않고도 노트북 화면의 마우스 커서를 조작해 온라인 체스를 두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르보는 원래 입에 막대기를 물고 태블릿 기기 화면을 두드려 컴퓨터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생각만으로 커서를 조작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그는 간병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약간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뉴럴링크는 현재 특정 신경세포 손상을 보완하는 초기 단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현 단계에서 뇌 내 칩 이식의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이후에는 신경학적 문제가 없는 일반 사람들의 신체 능력을 향상하는 단계로 나아갈 뜻을 내비쳤다. 인체의 눈으로는 목격할 수 없는 자외선이나 적외선 등 다른 파장의 빛을 보는 등의 발상도 해볼 수 있다고 머스크는 이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안될 것이 뭐가 있나? 사람들에게 초능력을 주자"라며 한껏 달아오른 마음을 표출했다.
한편 머스크의 원대한 계획에는 늘 의심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그는 전기차, 무인 택시, 우주항공, 로봇공학 등 각종 첨단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왔으나 신기술 출시를 앞두고 '설레발을 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최근에는 무인 택시(로보택시) 출시가 본인 발언과 달리 2달 밀리면서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뉴럴링크의 경우에도 여전히 '안정성' 측면에서 여러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첫 대상자 아르보는 이식된 칩에 딸린 가느다란 실이 뇌와 연결 부위에서 빠져나오는 일을 겪었고, 이에 실 끝에 연결돼 두뇌의 신호를 전달하는 유효 전극이 급격히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뉴럴링크 측은 이에 대해 "이식된 채널 중 약 15%만 작동하고 있음에도 매우 안정적"이라고 부정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뉴럴링크가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며 이 업체의 기술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머스크는 외려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머스크는 미국의 규제가 혁신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본인이 지지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규제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본인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