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슈 돋보기] 급변하는 美 대선판…北에 미칠 영향은

2024-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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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00여 일 앞두고 전격 사퇴…후임 해리스 지목

지난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윌밍턴에 있는 선거 본부에서 연설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윌밍턴에 있는 선거 본부에서 연설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며 선거판이 요동치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내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할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목한 지 약 하루 만에 마지막 허들로 여겨졌던 당 핵심 인사들도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상 후보직을 확정 짓는 분위기다.
 
'강경' 해리스 "김정은과 '러브레터' 교환하지 않겠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방위비 협상 등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해 왔던 우리나라의 셈법은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으로 조금 복잡해졌다. 특히 두 후보의 대북 정책은 대척점에 있어 다가올 미 대선이 한반도 정세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대북 정책에 대해 '원칙론자'의 면모를 보여 왔다. 상원의원 시절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펼친 유화 행보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그는 "나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하진 않겠다는 점을 보장하겠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2022년 부통령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 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 침해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해 9월 CBS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있어 우리는 매우 분명하고 일치된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가 검사로서 불법 행위와 싸워온 경험과 인도계 흑인이라는 소수 인종으로서 인권 문제를 중시해 온 성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강경한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유화' 트럼프 "김정은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파이서브 포럼 경기장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 2일차 밤 행사에 참석해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국 위스콘신주 파이서브 포럼 경기장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 2일차 밤 행사에 참석해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반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당대회에 참석해 백악관에 귀환한다면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을 통해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다시 실시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세 열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인연을 과시해 왔다. 트럼프 2기를 맞아 북한의 도발이 중단된다면 반가울 일이지만, 그의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이 받을' 북한의 ICBM 위협을 해결하는 데만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대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선다면 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떠안을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트럼프 1기의 우려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다.
 
北, 트럼프 친분 과시에 "미련…美 행동 여하에 달려"
다만 북한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데 대해 "미련"이라며 선을 그었다.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을 짚으며 "조·미 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행동 변화에 따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이 거듭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언급에 직접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길이 쏠리는 대목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통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 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바이든 노선 계승…북·러 밀착 강화 가능
한편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당선될 경우 그의 외교 노선을 계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동맹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무장 지원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견해다.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쟁이 지속될 경우 북·러 밀착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는 등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군사적 협력 관계를 형성하며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대표적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의 교류도 늘려가는 모양새다. 통신은 2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에 의해 벨라루스 공화국 외무상 막심 리젠코프 각하가 2024년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우리나라를 공식방문하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무차관의 방문에 이은 외무장관의 방북은 북한이 최근 반미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대외 기조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를 주축으로 '북-러-벨라루스' 3국의 삼각 공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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