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별로 다른 상황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위해 주주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3일 한국거래소에서 '밸류업 관점에서 본 한미일 증시'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한국 밸류업 지원정책의 지향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런 구조 하에서 미국의 경우 주주 자본주의의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에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구성 기업 중 31개 기업이 전액 자본잠식 상태로, 이들 기업 대부분은 우량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센터장은 이에 대해 "주주환원을 더 많이 하고 있는데 최근 7~8년 사이에 미국 자본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주인이 없으니까 경영진이 인센티브를 주가와 연동시키면서 단기적으로 돌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이 강한 한국은 설비 투자 등 재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을 무겁게 가져가야 하고 그러다보니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것"이라며 "일본 역시 이런 환경에서 주주환원을 통해 ROE를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증시의 밸류업 정책 성공 사례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민간의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전략이 결합한 결과로 풀이했다.
한국에서 이런 성공 사례가 재연되기 위해선 적절한 주주환원을 통해 자기자본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적절한 주주환원 규모'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2017년 이후 삼성전자는 당기순이익의 36%를 주주에게 돌려주고 있는데, 주주환원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이고 주주환원보다 오히려 재투자를 하는 게 장기 주주의 주주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 것"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밸류업이 기본적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지만 주주환원을 안 하는 것이 주주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도 있으니 주주와 소통을 하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의 상장사들은 주주·투자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CSEO를 선임하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관계가 불평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특히 최근 나타나는 이종기업 간의 합병은 오너 입장에서는 좋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며 "상법 개정 등을 다양한 논의가 있는데, 소수 지배주주와 다수 소액주주의 발언권을 대등하게 가질 수 있도록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