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열풍 속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 확대될 것…관건은 '킬러 서비스'와 자체 AI 칩"

김현승 가트너코리아 수석연구원이 서울 강남구 가트너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가트너코리아]

생성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높은 성장세가 보다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생성 AI를 기반으로 한 '킬러 서비스'와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칩 양산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현승 가트너코리아 수석연구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 가트너코리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21년간 가트너에서 근무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로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 대한 연구·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가트너는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지출이 지난해 2361억 달러(약 326조5000억원)에서 올해 2931억 달러(약 405조3000억원)로 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 분기 예상치인 10% 대비 예측치를 두 배 이상 높였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이 생성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고 이에 따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초기 투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적어도 2025년 초까지는 기업들이 생성 AI로 어떻게 유의미한 비즈니스를 창출할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티맥스소프트, 가트너 '메인프레임 대표 공급기업' 선정
• 가트너 "반도체 매출 한파...삼성, 인텔에 1위 자리 내줘"

김 연구원은 2025년 이후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생성 AI를 활용한 유의미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2025년 이후에도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꾸준히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알리바바·텐센트 등 미국·중국 빅테크 기업, 소위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이러한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짚었다.

이들 기업에서 진행 중인 자체 AI 반도체 개발 여부도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들은 현재도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을 할 때 제조자설계생산(ODM) 회사에서 서버 자체를 사기보다는 필요한 부품만 사서 직접 조립하는데, 자체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데 있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엔비디아 독점이지만 이들이 AI 칩 개발에 성공하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이를 토대로 시장 성장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는 곧 기업들이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더욱 다양해지고 양도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퍼블릭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를 같이 적용하거나 복수의 클라우드를 쓰는 '멀티 클라우드' 체제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가트너는 앞으로 '이용량 기반 모델(Consumption-Based Model)'을 채용하는 기업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봤다. 델·HPE 등 서버 업체들이 출시한 사용량 기반 과금 모델이 대표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토대로 한 모델이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글로벌과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 등에 비해서는 아직 기업에서 AI를 실질적으로 업무에 활용하는 비중이 낮고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고 봤다. 다만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2~3년 후 한국 클라우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던 것처럼, AI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 속 부각되고 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에 대해서는 아직 채용 비율이 1%도 되지 않지만, 오는 2027년까지 전 세계 AI 서버의 20%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는 출하량 기준 AI 서버의 연평균 성장률이 2027년까지 연평균 30% 성장한다고 보는데, CXL도 이에 따라 빠르게 채용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에 물리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때 CXL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향후 2~3년 동안은 CXL의 가능성을 살피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