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지역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로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진영 갈등이 격화하면서 권위주의 진영의 세몰이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SCO 정상회의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둘러싸고 중국과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된 데다,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이 높아진 가운데 열리는 만큼 '반(反)서방'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SCO 회의 참석 등을 위해 2~6일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이번 순방을 계기로 SCO 회원국들과 반서방 연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SCO를 주도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특히 미국 등 서방에 맞서 SCO를 통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그동안 참석했던 11번의 SCO 정상회의 연설에서 ‘안보’를 120회 이상 언급했다.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의 새로운 ‘안보 프레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을 통해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경제협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도 2013년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강조하며 제기한 것이다. 리신 상하이 정법대 유라시아연구소 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시 주석의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 방문은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고 중국·중앙아시아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 것"이라며 "이는 핵심 이익의 상호 지지, 상호 존중, 평등과 개방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번 국빈 방문에서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노선인 카스피해 횡단국제운송루트(TITR) 건설을 포함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도 별도로 양자 회담도 할 예정이다. 중·러 정상회담은 지난 5월 16일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반 만이자, 지난달 19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동맹'을 맺은 이후 처음이다. 다만 최근 푸틴 대통령 방북을 둘러싸고 중국이 불편한 기색도 내비친 바 있어 북한 관련 논의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벨라루스는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 10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할 전망이다. 벨라루스는 그간 옵서버 자격으로 SCO에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이란이 SCO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중국은 벨라루스 합류에 큰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SCO 회원국 수가 두 자릿수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저우룽 중국 런민대 중양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SCO 정상회의에 대해 "신흥 경제국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며 글로벌 협력의 흐름이 역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서방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