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KB증권이 기업공개(IPO) 시장 왕좌를 차지했다. 대어급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롯해 다양한 딜을 성사시키며 지난해보다 40배가 넘는 트랙레코드를 쌓은 결과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IPO 주관 규모는 1조53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9738억원)보다 57.69%(5618억원) 급증했으며 IPO 규제가 완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규제 완화에 따라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B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KB제25호스팩(80억원) 하나만 상장시키는 데 그쳤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을 맡으며 IPO 강자로 부상한 KB증권은 지난해에도 대어급 딜에 집중했지만 시장 침체로 인해 상장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127억원으로 KB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제15호스팩(125억원), 한국제14호스팩(80억원), 하이젠알앤엠(238억원), 에스오에스랩(230억원), 씨어스테크놀로지(221억원), 코칩(270억원), 삼현(600억원), 디앤디파마텍(363억원) 등 중소형 IPO에 집중했다.
앞서 한투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주관실적 3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권을 기록했다. 당시에도 한투증권은 마녀공장, 마이크로투나노, 삼성FN리츠, 한화리츠, 오브젠, 나노팀 등 중소형 IPO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IB 관계자는 “KB증권과 한투증권의 IPO 주관 실적 격차는 1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대어급 1건 또는 중소형급 2~3건이면 역전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외국계 증권사들도 상위 5위권에 들었다. JP모간, UBS증권은 KB증권과 함께 HD현대마린솔루션 IPO 주관에 나서며 각각 1707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IPO 연간 1위를 차지했던 미래에셋증권은 다소 부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682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1750억원)보다 61.02%(1068억원)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IPO 딜은 아이엠디엑스(325억원)를 제외하고 미래에셋비전스팩4·5·6호등 전부 스팩 상장이 전부였다. 작년에는 트루엔, 모니터랩, 에스바이오메딕스 등 다양한 딜을 성사시켰다.
작년 상반기 1위를 차지했던 삼성증권의 경우 728억원을 기록해 겨우 중위권에 안착했다. 딜 건수도 그리드위즈(560억원), 노브랜드(168억원) 등 2건에 불과하다. 삼성증권은 작년 대어급인 기가비스를 비롯해 삼성FN리츠, 금양그린파워, 지아이이노베이션, 삼성스팩8호 등으로 2126억원 주관실적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파두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며 대어급 IPO 건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며 “대어급이 뜸한 시장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올 상반기 IPO 왕좌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반기에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증권사 다수가 중소형 딜을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을 것”이라며 “그 중 대어급 1~2건을 성사시키는 증권사가 연간 IPO 왕좌를 탈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