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 시니어 고객을 공략하는 은행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에 취약한 시니어 맞춤형 점포를 운영하거나 최근엔 사후 유산을 정리해 주는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 韓…‘상속·유산’ 銀 키워드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시니어 고객 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당장에 내년부터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니어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다.은행들은 시니어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유산 관련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는 추세다. 유언대용신탁은 그 가운데 시니어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 계약을 통해 시니어의 자산, 부동산 등을 은행에 맡기고, 사후에 상속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미리 정해둔 수익자에게 문제 없이 상속되도록 지원해 주는 서비스다. 앞서 2010년 하나은행의 ‘하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출시를 계기로 시장이 처음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현재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수요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니어 고객 관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올해 4월엔 업계 첫 유산 정리 서비스를 내놨다. 이는 유언장 작성과 상속 재산의 분할 등 생전 자산 관리부터 유언장 보관, 상속 집행과 유산 정리 등 사후까지 총체적 자산 관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상품이다.
최근 고령 인구 증가로 상속 건수가 늘고, 유가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분쟁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는 점이 출시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을 통해 자산을 객관적으로 상속 집행해 배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하려는 이들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시니어 특화점포는 기본…어려운 ‘디지털 거래’ 돕는다
상속 관련 상품 외에도 은행들은 다양한 서비스로 시니어 고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시니어만을 위한 맞춤형 점포 운영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대형 차량을 이용해 찾아가는 이동점포인 ‘KB시니어라운지’를 2년째 운영 중이다. 올해 2월부터는 기존 서울 5개 행정구에서 인천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복지관을 방문하고 있다.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시니어는 소액 현금 입출금이나 통장 재발행, 연금 수령 등을 할 수 있다.신한은행도 매월 25일마다 복지관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를 운영 중이다. 또 하나은행은 올해 2월 신설한 ‘시니어 특화점포’에서 고객에게 큰 글씨로 안내하거나 난청 어르신에겐 글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취약성을 고려한 ‘효심 영업점’을 점차 확대하며 현재 휴게공간을 갖춘 3호점까지 늘렸다.
은행들은 단순 금융 업무뿐만 아니라 시니어를 위한 금융 교육도 실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등 고객에게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인 ‘신한 학이재’를 개관했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지난 2월 금융 교육 앱인 ‘하나원큐 길라잡이’를 출시했다. 디지털 금융거래를 배우고자 하는 시니어라면 해당 앱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해 단계별 학습이 가능하다. 또 하나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에 방문한 고객은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비롯해 시니어 맞춤형 금융 콘텐츠 자료나 디지털 기기 실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