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상반기 국내 증시는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주(금융주·현대차그룹주)와 AI주(반도체·전력망·변압기) 두 가지 테마주가 시장을 장악했지만, 코스피 지수가 5%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3% 하락했다"며 "15% 오른 S&P500이나 20% 가까이 오른 나스닥과 비교해 국내 증시 성적은 초라했다"고 평가했다.
박 이사는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엇박자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박 이사는 "올해는 성장주보다는 가치주·배당주가 오를 수밖에 없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장세라 코스피 지수가 많이 올랐다"며 "어떤 해에는 코스피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IT·바이오 등 성장주 위주로 포진한 코스닥만 오르는 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박 이사는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및 퇴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DX, 엘앤에프와 같은 좋은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다 보니 코스닥이 코스피 2부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미국 대선을 꼽았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이사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게 되면 채권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이 삭감되면 이차전지 업종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보조금 삭감도 지정학적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선 일본 사례를 들어 정책 방향을 정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 이사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도 은행 예금만 할 정도로 잠겨있는 돈을 돌게 하는 인플레이션 유발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비유동 자산(정책보유주식) 활용도를 높여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제고하는 쪽으로 밸류업 정책을 설계했다"며 "한국은 부동산에 집중된 부를 분산하고 청년층 자산증식 수단으로 주식시장 부양목적이 더 커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낮은 주가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개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