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정보 유출 사태를 기회로 라인야후 지분 장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라인야후를 일본 인프라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 집권 자민당 인사에게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답했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유력 정치인인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3~4월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마리 전 간사장은 "방법은 그쪽이 선택하겠지만 일본의 인프라는 앱 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마리 전 간사장은 자민당에서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는데, 마이니치신문은 "아마리씨는 (라인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국가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또 일본 정부가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를 따로 불러 라인야후 지분을 네이버 측에서 매입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총무성이 3월 실시한 행정지도에서 사실상 네이버의 라인 출자 비율을 낮춰 경영권을 소프트뱅크로 옮기라고 요구했다면서 "총무성은 미야카와 사장을 별도로 호출해 거듭 협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두 차례에 걸친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해 소프트뱅크 간부는 "자본 구성을 재검토하라고 하는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 설마 여기까지 깊게 들어올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소프트뱅크와 함께 사실상 라인야후 모회사인 한국 IT 대기업 네이버에 의한 '(경영) 지배'를 없애려는 노림수이며, 일본 정부가 민간기업 자본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라고 짚었다.
현재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과 네이버는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라인야후 지분과 관련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임을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 같은 야심 찬 행보는 최근 들어 올인하고 있는 대규모 AI(인공지능) 투자와도 연관되어 있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주총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음의 큰 움직임을 찾아야 한다"며 대규모 AI 투자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손 회장은 또 생성형 AI 확대로 수요가 증가한 전력 수요를 조달하기 위해 미국에서 발전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인간 지능의 1만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을 10년 후 실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앞서 라인야후도 1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와 시스템을 분리하는 것을 계획보다 앞당기는 등 이른바 '탈(脫)네이버'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주총에서 "네이버 클라우드와 종업원용 시스템의 인증 기반 분리를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중으로 완료할 것"이라며 "자회사는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안으로 시스템 분리 완료를 예정했지만 이를 좀 더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거리두기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소프트뱅크의 AI 투자 야욕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도 손 회장의 AI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의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421억엔(약 3662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AI 투자에 올인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라인 이용자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보안 강화를 위해 한국 내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있는 일본인 이용자 9600만명 데이터를 자국으로 가능한 한 빨리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라인야후도 2026년까지 네이버클라우드와 시스템 분리를 마치겠다고 밝혔으며, 이미 라인 데이터를 일본에 이전하고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매각을 포함한 협상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시나리오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와 몸값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측이 이익 균형을 맞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