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뒤이어 옛 공산권 국가 베트남으로 향한 계획이다. 베트남 방문 기간 20여 건 서류에 서명할 것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별히 러시아의 거래 경로가 막힌 무기와 에너지 등에 관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20일에 베트남 국빈 방문이 예정됐다. 북한 방문 이후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 등과 회담에 나선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은 이날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원칙을 확인하는 양자 공동성명이 채택될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관한 여러 문서도 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20여건의 문서가 서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러시아는 베트남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자, 베트남과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베트남에 19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부터 최근까지 항공기와 디젤추진 잠수함 등의 무기를 지원했다. 지난 40년간 양국의 합작회사인 '비엣소프페트로'는 베트남 최대 규모의 유전 중 하나를 운영 중이다.
양국 정상은 무역, 투자, 기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양국 정상 논의 주안점은 '무기' '에너지' '경제지원' 등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러시아는 미국의 은행 제재로 인해 베트남에서 생산한 석유나 가스 등에 대한 수익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호주 국방사관학교 소속 베트남 전문가인 칼 테이어는 로이터에 양국이 거래대금 지급을 위해 은행 시스템상 러시아 루블화와 베트남 동화간 거래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등 서방국에서는 대러제재의 빈틈이 생기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최대 무역국인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1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어느 나라도 푸틴에게 침략 전쟁을 조장하거나 그의 잔학행위를 정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베트남의 또 다른 경제 파트너인 유럽연합(EU)은 푸틴 방문에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EU 측은 지난달 베트남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관한 EU 특사와 회담을 연기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베트남은 '균형 외교'라는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안보 싱크탱크인 이샤크연구소 소속 연구원 이안 스토리는 이번 순방이 "베트남이 어느 강대국도 편애하지 않는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평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