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도입된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규제 도입의 취지를 상실한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공시대상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 제외, 이하 동일)의 경제력 집중 정도를 분석한 결과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외감기업 전체 자산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인 자산집중도는 2.4%,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집중도는 4.2%, 당기순이익 비중은 6.3% 수준으로 분석됐다.
상호출자 및 공시대상에 모두 포함되는 대기업집단 전체에서 차지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비중 역시 낮았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대기업집단 전체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9.4%, 자본은 9.0%, 부채는 9.8%에 불과했다.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매출액은 9.0%, 당기순이익은 10.7% 정도의 비중을 보였고, 고용인원 비율도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상의 주요 항목의 비중과 비슷한 9.6%로 나타났다.
특히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 중 77.9%가 중소기업이고, 49.1%는 소기업으로 조사됐다. 상법에서 대기업이라고 규정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해당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전체 1105개 중 48개로 4.3%에 불과했다.
흔히 '대기업' 규제로 불리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독과점을 방지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1987년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경제성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 기준이 되는 자산 규모를 매번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개방 경제에 따른 한국 기업의 중복 규제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경협은 이미 공정거래법, 특수관계법인 증여세, 상법에 의한 기회유용금지,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견제할 수 있는 만큼 해당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7년 이후 올해로 37년이 되었고,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지정도 2009년 이후 15년이 지났다."면서 "대외 경제 개방도가 높아지고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규모, 경제력 집중도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유지해야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세계 유일의 갈라파고스 규제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