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대형 기술주 과열론으로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미국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고 그동안 소외됐던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우리 증시를 떠나 미국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이 되돌아올지 주목된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 초부터 이달 14일까지 미국 주식 61억6747만 달러(약 8조513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 7억8154만 달러(약 1조787억원)어치 순매도한 것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지난 13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845억7718만 달러(약 116조7503억원)로 전년 동일 대비 30% 많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 14.5% 상승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18.8% 오른 '나스닥100', 19.8% 오른 '나스닥 종합', 39.2% 급등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상반된다. 생성 AI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대형 기술주가 주도하는 AI 테마 열풍이 미국 상승장을 견인했다.
증권가는 빅테크에 집중된 AI 투자 열풍이 단기 과열돼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주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IT 업종은 6.4% 올랐으나 그다음으로 많이 오른 부동산은 1.2% 상승에 그쳤고 은행주, 필수 소비재 업종 주가는 떨어졌다.
투자회사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제프 클링겔호퍼 공동 투자책임자는 대형 기술주 주가가 올해 10% 조정받고, 경기 둔화 수준에 따라 조정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도 비슷한 견해다. 하이투자증권은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주도 테마(반도체, 데이터센터, 유틸리티 등 AI 투자 관련 종목)가 상반기 S&P500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소비재, 산업재, 인터넷, 헬스케어 등 대부분 업종은 S&P500 지수보다 부진했으며 3월 고점도 회복하지 못했다"며 "경기 하강이 확실해지면 미국 증시도 쉬어 갈 가능성이 높아 AI 관련주의 과열이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증시에 대해 "신고가 경신에 대한 부담감, 연은 위원의 매파적 발언, 유럽 정치 이슈 등 영향으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났고 시장금리 하락에도 추가 상승 동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리 증시 역시 AI·데이터센터 수혜 업종인 반도체, 변압기·중전기, 전력·전선주 등 관련주들이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국내 증시는 아직 과열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국내 모두 지수는 올랐지만 소수 업종과 종목이 끌고 가는 장세라 체감 수익률은 낮은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는 과열을 논하기에 아직 이르며 더 상승할 공간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대내외 이벤트에 영향을 받으면서 전 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코스피 지수가 3100선을 넘어서는 등 우리 증시가 하반기에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지난 11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코스피 지수인 2700선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정도 되는데 기업 실적 개선으로 PER이 11.5배로 오르면 3100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