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이냐, 초일류냐.
삼성, SK, 현대차, LG그룹 등 4대 기업이 주력사업 위축, 오너 사법 리스크, 노조 문제 등 '3대 악재'로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 재계 빅4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생존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진을 비롯해 미래 사업인 초대형 M&A(인수합병) 지연, 임금 문제를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 등 첩첩산중의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지난해 15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고, 첨단 공정에서는 초격차를 강조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대만 TSMC에 빼앗긴 상태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기술 경쟁력은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다.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M&A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속에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혐의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돼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판을 진행 중이며 현재 2심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협상 갈등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하는 등 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 우려를 더하고 있다.
SK그룹은 석유화학, 배터리, 신재생 에너지 등 주력사업이 침체를 겪는 와중에 총수의 이혼 소송으로 경영권 리스크까지 불거져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SK그룹의 주력사업인 2차전지(SK온)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적자 행진과 쪼개기 상장 이슈라는 '양대 리스크'에 노출됐고, 219개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는 중복투자로 사업구조 재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2심에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산 분할이 선고돼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표준을 선점해야 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에 놓여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 굴기에 맞서 시장 지배력을 잃지 않아야 하는 동시에 차세대 모빌리티의 핵심인 자율주행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 경쟁력도 확보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정 회장은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슈퍼널, 모셔널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LG그룹도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적 불황, 신사업인 배터리의 성장 정체, 디스플레이 사업에서의 중국 경쟁 격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원가 상승과 중국발 공급과잉에 전통의 주력사업인 화학은 수익성 악화로 지난 연말 이후 주가가 20% 이상 떨어졌다.
특히 전기차 산업의 둔화로 신성장 동력이었던 배터리·전장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중국산 LCD 공습으로 디스플레이 사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구광모 회장의 상속분쟁 민사소송으로 그룹의 경영권 분쟁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는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 오너들의 사법 리스크, 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강성 노조 등 '3대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 단체 고위 관계자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앞두고 미래 전략을 논해야 하는 기업들이 '3대 리스크'에 발목잡혀 위기 대응에나 주력하고 있다는 건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굉장히 큰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