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심화하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 원자력 발전이 주목 받았다면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차전지주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만들어낸 전기를 저장해 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한데 이차전지를 사용한다.
금융투자업계는 하반기 전기차 업황 회복과 더불어 유럽연합(EU)의 친환경 정책까지 맞물려 이차전지주에 대한 흐름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이 다음 달부터 중국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상계관세를 매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약 19% 혹은 그 이상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져 이차전지 업종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AI 산업 최대 수혜주로도 떠오르고 있다. AI 개발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난이 계속되며 원전, 전력 등 에너지 관련주는 연초 이후 꾸준히 급등세를 보였다. 하반기 들어서는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 전기를 저장하는 ESS 수요가 늘어나며 이차전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ESS 관련주들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SK디앤디의 신재생에너지와 ESS 부문이 인적분할 돼 나온 SK이터닉스는 상장 직후 137.36% 상승했다. SK이터닉스는 올해 초 미국 ESS 시장에 진출했다. ESS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이차전지 장비주 피엔티도 전일 7.78% 상승, 연초 이후에만 48.81% 올랐다. ESS 부품 기업인 아모그린텍 역시 전날 6.17% 상승했다.
AI 시장은 미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면서 계속 커지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잡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 AI 엔진, 클라우드 등 컴퓨팅 시스템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수다.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해 퀄컴, 인텔 등도 경쟁에 뛰어든 만큼 AI 산업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력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앞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 전력망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계속 끌어다 쓸 거라면 그걸 자체 조달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SS 시장 확대에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시장 분석 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2년 43.8기가와트(GW) 수준이던 전 세계 ESS 누적 설치량이 2023년에는 45GW, 2024년에는 57GW로 급성장했다.
과거 ESS는 전력 보조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AI 인프라용 수요가 늘고 있다. 배터리 가격 하락, 기술 발전으로 설치 매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금투업계의 분석이다.
이차전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2024년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LIB) 애플리케이션별 중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2035년 소형 IT 기기 및 각종 전기차,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총 5570GW에 달할 것"이라며 "ESS용 수요가 618GW로 11%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