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접수 건수가 2년 연속 3만5000건을 상회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침체 등 여파로 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회사가 무리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이 공개한 '2023년 금융분쟁 조정 접수 건수'는 총 3만5595건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4~2023년)을 두고 봤을 때 2022년(3만6508건)에 이어 2번째로 분쟁 접수가 많은 해였다.
금융분쟁조정이란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발생하는 금융분쟁에 대해 금감원이 신청을 받아 조정 의견을 제시,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소송을 통하지 않고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금융분쟁의 대표적인 사례에는 △보험금 산정과 지급 △대출금리 조정 △도난카드 결제취소 등이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최근 금융사들이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것이 분쟁 증가의 큰 원인”이라며 “최근 홍콩 ELS 사건 등이 벌어지며 큰 갈등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전년 이월분을 포함한 지난해 ‘분쟁조정 처리 건수’는 3만8848건이었다. 업권별로 보면 지난해 보험업권 분쟁 처리 건수는 3만3975건을 기록했으며 그중 ‘보험금 산정‧지급’ 유형이 2만2846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업계에선 분쟁이 늘어나는 원인을 실손보험금에서 찾고있다. 실손보험으로 인한 보험사의 손해가 큰 상황에서 심사와 지급이 깐깐해지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험업계는 설명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산장애로 인한 분쟁이 가장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분쟁조정 총 처리건수 2730건 중 1800건이 전산장애로 인한 분쟁조정이었다.
은행‧중소서민 업계에서는 신용카드 관련 분쟁 조정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신용카드 분쟁처리 건수는 1319건이었는데 전년 601건과 비교하면 1년새 2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95건과 비교하면 3.3배에 달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최근 카드사 업황 악화로 혜택이 괜찮았던 카드를 단종하거나 혜택을 줄이며 관련 민원과 분쟁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카드사는 처음부터 손익 평가를 잘 해서 상품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